6·25 참전 영국인 아서 모울더씨… “전우들 희생 결코 헛되지 않았어요”

입력 2010-06-25 18:27


“이런 선물을 받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따뜻한 감사 편지도 받았습니다.”

영국 런던에서 남쪽으로 차로 50분 정도 떨어진 셔리시(市)에 사는 아서 모울더(77)씨는 25일 국가보훈처가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참전 용사들에게 전달한 이 대통령의 감사 서한과 액자를 기자에게 보여주며 활짝 웃었다. 영국군 참전 용사인 모울더씨는 “액자가 너무나 아름답다”고 연신 고마워했다.

“한국을 생각하면 늘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저와 전우들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으니까요.” 2000년과 2003년 두 차례 한국을 찾은 모울더씨는 날로 발전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고층 빌딩들이 멋진 스카이라인을 만들고 있는 서울의 모습은 눈이 부실 정도였다고 말했다.

1952년 6월 모울더씨는 6주간의 훈련을 받고 왕립 푸실리아 연대에 배속돼 한국전에 투입됐다. 600여명의 동료와 부산에 도착한 그는 황량했던 한국의 첫 인상을 잊을 수가 없다.

영국과 달리 산은 많았지만 대부분 나무 한 그루 없는 민둥산이었고, 건물도 성한 게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거리에는 젊은이들은 찾아볼 수 없고 대부분 어린아이와 노인들만 있었다.

모울더씨는 중공군과 일진일퇴의 접전이 벌어지던 임진강 전투에 참전했다. 그는 “밤낮으로 물밀 듯이 밀려드는 중공군을 막는 일은 쉽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 전투에서 친구도 잃었다. “윌리엄스라고 친한 친구였습니다. 한밤중에 일어난 전투로 그의 시신도 찾지 못했지요.”

첫 한국 방문 때 부산 유엔군 묘지에 윌리엄스가 묻혀 있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인터뷰 도중 친구가 생각난 듯 말을 잇지 못했고,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모울더씨는 53년 6월 정전협정이 맺어지기 직전 귀국했다. 오른쪽 팔에는 수류탄 파편이 아직도 남아있다. 자칫 신경을 건드릴 수 있어 제거 수술도 하지 못했다. 그는 “수류탄 파편 때문에 치통처럼 가끔씩 통증이 찾아오지만 참을만하다”고 했다.

모울더씨는 한국과 한국인이 자신을 잊지 않고 기억해 줘 감사하다고 했다. 보훈처가 참전 용사들을 한국으로 초청하고, 주영 한국대사관 직원들은 안부를 자주 물어오고, 한국 교민들은 여러 모임에 초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의 집 앞 깃대에는 영국기와 태극기, 유엔 깃발이 나란히 걸려 있다. 모울더씨는 “한국전에 참전했다는 것이 참 자랑스럽다”면서 “한국과 영국의 우정이 오래 오래 지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셔리(영국)=글·사진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