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안방 ‘드라마 한류’는 계속… ‘포스트 겨울연가’ 없어도 다양한 작품 진출
입력 2010-06-25 21:46
2004년 ‘겨울연가’가 일본 NHK에 방영되면서 일본 열도를 뒤흔든 지 6년이 지났다. 그 뒤 ‘포스트 겨울연가’에 필적할 히트작이 없자, 국내에서는 방송가 관계자들과 정책 당국, 학자들 사이에서 한류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논의가 무성하다.
하지만 국내의 우려와는 달리 일본에서 한국 드라마는 더 많은 대중에게 노출되면서 한류의 저변을 확장하는 중이다. 한 두 작품으로 주목을 끌던 5∼6년 전 상황이 ‘한류1세대’라면, 이제 일본 방송의 한 부분으로 흡수돼 주류 장르가 돼버린 ‘한류2세대’가 펼쳐지고 있다.
‘한류2세대’의 특징은 한국 드라마의 매개가 소수의 채널과 DVD 시장에서 케이블TV와 지상파 채널 등 방송으로 옮겨졌다는 점이다. KBS월드의 허성진 홍보부 부장은 “예전에는 채널이 없고 작품도 소수여서 DVD 대여와 구매가 한류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TV만 틀면 볼 수 있을 정도로 한류가 안착한 상황이다. 다소 DVD 매출이 줄고 대박 작품이 없어 한류가 식었다고 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줄기가 더욱 굵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류2세대’의 중심에는 24시간 한국 드라마를 편성하는 한류 전문 케이블 채널이 있다. KBS월드, 엠넷재팬, KNTV, ASIA드라마HD 채널 등이 대표적으로, 케이블과 위성방송, IPTV에 공급된다. 별도로 돈을 내야 볼 수 있는 프리미엄 채널임에도 불구하고 가입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엠넷재팬의 가입자는 2006년 설립 당시 2만1000가구에서 시작해 현재 10만가구에 육박할 정도로 그 증가세가 가파르다.
전체 편성의 70%가 한국 드라마인 ASIA드라마HD의 혼다 요시아키 영업부 부장은 “2006년 한류 전문채널로 런칭한 이래 가입자가 매해 늘어 현재는 160만세대가 시청하고 있다.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본 지상파 채널도 한국 드라마 편성을 늘리고 있다. 일본 최대의 위성방송인 BS채널를 비롯해, 지상파 민영방송 TBS, 최대 민영방송 후지TV는 일부 시간대를 정해놓고 한국 콘텐츠를 방영한다. 지난 4월부터 TBS는 매주 수요일 오후 9시에 ‘아이리스’를 방영 중이다. 후지TV는 지난 1월부터 한류 화제작을 소개하는 ‘한류α’를 편성한 바 있다.
엠넷재팬의 민병호 본부장은 “한국 드라마가 지상파 황금시간대에 방영되는 것 자체가 한류의 위력을 보여준다”면서 “초기에는 한국 드라마 자체가 일본에 전혀 없던 상태니까 1∼2작품의 성공이 부각됐지만, 이제는 드라마의 시청층이 젊은 세대로까지 확장되고 진출작이 많아졌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