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과학이야기] 축구엔 단신 선수가 유리?
입력 2010-06-25 21:45
축구 강국 아르헨티나는 남아공월드컵 우승 후보 중 하나다. 세계 최고 공격수로 평가받는 리오넬 메시가 팀을 이끌고 있다. 메시는 한국을 포함한 B조 조별 리그에서 비록 골맛을 보진 못했지만 정교한 슈팅, 폭넓은 시야, 뛰어난 경기 조율, 환상적 드리블을 선보이며 축구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기술은 작은 키(1m69)에도 넘어지지 않는 뛰어난 드리블 능력이다. 그 비결은 무얼까?
메시는 공을 잡는 순간 표범처럼 날쌔게 움직인다. 인터넷과학전문지 ‘사이언스타임즈’에 따르면 이렇게 빠른 몸놀림이 가능한 건 바로 그의 신장이 작고, 체중이 적게 나가는데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축구공을 몰면서 달리는 축구 선수에겐 운동 방향으로 계속 일정 속력으로 움직이려는 관성이 존재한다. 키가 크고 체중이 많이 나가는 선수의 경우, 상대적으로 관성이 크기 때문에 빨리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반면 단신 선수의 경우 관성이 더 적어 빠른 회전이 많은 축구에서 유리하다는 것.
상대방을 속이는 플레이인 페인팅에서도 장점이 있다. 덩치 큰 상대 수비수에게 페인트를 걸고,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때 몸의 관성이 적기 때문에 이미 균형이 무너진 상대 선수는 따라잡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단신 선수는 선천적으로 무게 중심이 낮기 때문에 몸의 균형을 잘 잡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전문가들은 “무릎을 굽히고 무게 중심을 낮추면 더욱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고, 볼 컨트롤을 매우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 메시의 드리블 모습을 보면 공이 발에 붙어있는 듯한 착각을 준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물체는 중력의 영향을 받고, 무게 중심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사람의 무게중심은 일반적으로 배꼽 아래 2.5㎝ 정도 위치에 있다고 알려져 있다. 키 작은 선수의 경우 무게중심이 지면의 공과 가까이 있는 덕택에 마치 볼도 신체의 일부가 된 것처럼 움직일 수 있다.
특히 뛰어난 선수는 자신의 무게 중심에 공의 방향을 일치시키고, 몸을 똑바로 세워서 밸런스를 유지한다. 그 다음에 빠르고, 민첩한 볼 터치를 통해 상대 수비수를 제치고 나아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키 큰 선수가 인위적으로 무게중심을 낮추기 위해 무릎을 굽히는 것은 매우 부자연스럽고, 무릎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다.
브라질의 축구황제 펠레(1m72), 아르헨티나 감독 디에고 마라도나(1m65) 등 전설적 축구 스타를 비롯해 현역 선수 중 스페인의 공격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1m70), 사비 에르난데스(1m70) 등도 작은 키 덕을 본 스타들이다. 현대 축구에서 신장의 장점은 사라지고 있다. 과거엔 키 큰 스트라이커가 필수였다면 이젠 선택이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