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요리 전문가 이양지씨가 추천하는 마크로비오틱 식단
입력 2010-06-25 17:42
“까칠한 현미밥이 건강한 S라인 해답”
여름이다. 더운 날씨가 문제다. 노출은 심해지고, 몸은 축축 처진다. 살을 빼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자니 건강이 문제고, 몸보신을 하자니 여기저기 붙을 군살이 걱정이다. 건강과 다이어트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는 방법은 없을까?
2002년 당시 국내에선 정말 생소한, 아니 지금도 익숙지 않은 마크로비오틱을 소개했고, ‘우리 가족 면역력 높이는 103가지 레시피’ 등 10권의 요리책을 낸 자연요리 전문가 이양지(41)씨. 그는 마크로비오틱을 실천하면 건강과 다이어트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
“10년 전부터 마크로비오틱 식단을 실천하고 있는 제 자신이 증거입니다. 20대에 60㎏이 넘어 고민했는데, 40대인 요즘 특별한 다이어트 없이 50㎏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가 마크로비오틱을 처음 만난 것은 일본 유학 시절. 동경제과 학교를 다니면서 제과 제빵을 배울 때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심하게 앓았고, 설탕중독으로 몸과 마음이 망가졌던 적이 있었다고. 건강에 관한 정보를 찾던 그의 눈에 띈 것이 바로 일본의 장수건강섭생법인 마크로비오틱.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는 실천에 들어갔다. 하루 한 두끼만 먹고, 그것도 군것질이나 포장음식을 사먹던 식습관을 완전히 바꿨다. 하루 세끼를 현미밥과 된장국, 제철채소반찬, 그리고 가끔 계절 생선을 식탁에 올렸다. 케이크 과자 대신 고구마 감자 옥수수 밤 누릉지를 간식이나 후식으로 먹었다.
“그렇게 3개월을 먹자 갑상선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고, 피부가 맑아졌어요. 갑상선약을 먹으면서 생긴 변비도 없어졌고요.”
마크로비오틱 식단이 궁금해 서울 삼전동 이씨의 자택을 찾았던 지난 23일. 그날 저녁 식탁에도 노리끼리한 현미밥과 송송 썬 오이가 동동 떠있는 미역냉국, 동글동글 납짝납짝한 두부연근샌드구이, 알록달록 보기도 예쁜 부추양파목이버섯무침,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꽈리고추멸치볶음, 그리고 맛난 냄새가 솔솔 나는 열무김치가 올라와 있었다. 멸치를 빼고는 모두 곡물과 채소.
“마크로비오틱을 우리말로 바꾸자면 곡채식장수섭생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TV 드라마에 나온 뒤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아직 잘 모르겠다는 분들이 많지만 간단해요.”
그는 신토불이와 일몰전체만 실천하면 된다고 했다. 신토불이는 자신이 살고 있는 땅에서 난 제철음식을 먹는 것이고, 일몰전체는 하나의 음식을 껍질 뿌리 잎 등 통째로 먹는 것이다. 이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땅에서 난 쌀을 도정하지 않은 채 전체를 먹는 현미밥이 마크로비오틱의 정수라고 소개했다. 현미에 차조 수수를 섞어 지었다는 현미밥을 한 수저 건넸다. 받아먹긴 했는데 입안에서 밥알이 뱅뱅 돌았다. 까칠했다.
“쌀밥 먹던 사람들은 현미밥을 먹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건강을 생각한다면 바꾸셔야 해요.”
처음부터 현미밥을 먹기는 어려우므로 현미보다 부드러운 발아현미나 현미찹쌀을 백미와 반반씩 섞어 시작하라고 권했다. 그러다 익숙해지면 현미찹쌀을 현미로 바꾸고, 또 그 비율을 조금씩 늘려가면 된다.
“밥을 맛있게 짓고 싶다면 처음 쌀을 씻을 때 생수를 쓰세요. 쌀이 건조된 상태에서 물을 만나는 것이어서 많이 빨아들이거든요. 백미도 마찬가집니다.”
첫물은 휘휘 저어 먼지나 쌀겨를 흘려버리고 다음부터는 수돗물을 써도 되는데, 손에 힘을 주지 말고 살살 문지르면서 물을 몇 번 갈아가며 씻어야 한다고. 현미는 백미로 밥을 지을 때와는 물양과 불 조절이 틀리다. 백미보다 물을 1.5배 잡아야 하고, 밥물을 맞춘 다음 최소 1시간 이상 하룻밤 정도 담가놓았다 지어야 된다. 압력밥솥에 지을 때는 백미보다 물은 1.2배 많이 잡고, 불리지 않아도 되지만 불 조절이 중요하다. 백미는 센불에서 끓이다 밭솥 안이 진공상태가 되어 압력추가 올라오거나 흔들리면 불을 끈 채 뜸을 들이지만 현미는 다르다. 현미는 진공상태가 된 뒤 약한불로 줄여 15∼20분 더 끓이다 불을 다시 세게 해서 30초쯤 끓여 수분을 날린 뒤 불을 끄고 10∼20분 뜸을 들인다.
현미밥만 먹어도 마크로비오틱을 절반 이상 실천하는 셈이라고 하니 오늘 저녁부터 현미찹쌀을 섞어 밥을 지어보자.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