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그물관리
입력 2010-06-25 17:39
누가복음 5장 1∼11절
베드로는 밤새 그물질을 했지만 아무것도 잡지 못한 채 아침에 그물을 씻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아침부터 많은 사람이 예수님께 몰려왔습니다. 예수님은 베드로의 배를 빌려 타시고 육지에서 조금 떨어져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베드로는 허탈하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했을 겁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자기 배를 사용하고 계신 터라 빨리 돌아가 쉬지도 못했습니다. 말씀을 다 마치신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고 하셨습니다. 베드로는 말씀대로 순종해 심히 많은 고기를 잡았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예수님의 배려를 목격하게 됩니다.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배를 그냥 돌려주지 않으셨습니다. 전혀 기대치 못했던 보상이었습니다.
인생을 배로 표현할 때가 많습니다. 만일 우리가 인생의 한 자락을 주님께서 사용하시도록 드리면 주님은 준비하신 복과 은혜로 돌려주십니다. 그날 아침, 그런 결과가 나올 줄 알았다면 서로 자기 배를 사용하라고 했을 겁니다. 더 큰 배를 사용하시도록 다툴 수도 있었을 겁니다. 사실 우리의 봉사와 헌신, 충성은 우리를 위한 것입니다. 때론 힘들고 피곤해도 그것은 축복의 그릇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주님의 이벤트를 기대하시기 바랍니다.
왜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깊은 그곳에 가서 그물을 내리라고 했을까요. 그런 수고를 하지 않아도 고기들을 바닷가로 몰아 주셔도 됐을 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으셨을까요. 깊은 곳은 베드로가 실패한 장소입니다. 베드로가 온갖 실력을 다 부려봤던 곳입니다. 하지만 베드로는 가장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곳에서 일차적으로 뼈아픈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주님은 실패한 장소에서 회복을 주십니다. 사람들은 실패한 곳을 떠나고 싶어 하고, 깨어진 관계를 피하려 합니다. 그러나 주님은 거기서 시작하기를 원하십니다. 주님의 말씀 앞에 믿음과 순종의 고백으로 나아가면 실패한 곳은 기적이 일어나는 장소입니다. 내 것을 내려놓고, 주님의 말씀을 기대하고, 믿고 순종하며 십자가 질 것을 각오하면 마침내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납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게 있습니다. 만일 베드로가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깊은 곳에 가려고 했지만 상심한 마음 때문에 밤새 사용했던 그물을 제대로 정리해 놓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물이 뒤엉켜 있고 찢어져 있고, 온갖 수초들이 더덕더덕 붙어 있어서 그물을 내릴 준비가 안돼 있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물을 내리기는 해도 잘 펴지지 않고, 내렸지만 또 숭숭 터진 그물 사이로 잡힌 고기들이 다 빠져 나가버렸다면 또 한번 허탈함을 느끼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동안 저는 목회 속에서 많은 분들이 하나님께서 복을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터진 그물 때문에 다 빠져나간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저는 그물을 성품이라고 간주합니다.
제 경우도 그랬습니다. 터진 성품 때문에, 상처받은 성품 때문에 교회에 사람은 오는데 얼마 있다가 빠져나가 버렸습니다. 실패했던 장소로 주님께서 다시 보내시지만 터진 그대로 갖고 가면 결과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베드로는 비록 허탕친 것으로 피곤했지만 그물을 잘 씻었습니다. 이처럼 그물 관리가 중요합니다. 성품 수리, 그물 관리를 잘 하셔서 주님이 주실 인생대풍의 주인공이 되길 바랍니다.
조윤태(홍콩엘림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