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첫 승리 ‘춘천지구 전투’ 60년 만에 재현

입력 2010-06-24 18:54

적 발견을 알리는 적색 오성 신호탄이 하늘 높이 솟구쳤다. 105㎜ 야포와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소양강을 사이에 둔 강원도 춘천시 동면 가래울(소양강변) 우두벌판에서 죽고 죽이는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다. 국군 6사단 7연대와 춘천사범대 학도병, 춘천농고 학도병, 제사공장(누에고치 공장) 여공들은 힘을 합쳐 모진교(현 소양교)를 넘어 남하하는 인민군에 맞서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국군은 SU-76 자주포를 앞세우고 밀려드는 인민군을 막기 위해 심일 소령을 중심으로 ‘육탄 특공조’를 조직해 수류탄과 화염병만으로 적 전차를 격파했다. 학도병과 여공들은 총알이 빗발치는 포화를 뚫고 포탄 5200여발을 손수레와 지게에 실어 날랐다. 인민군이 수많은 전사자를 남기고 퇴각하자 국군과 시민들은 태극기를 휘날리며 만세를 불렀다.

2010년 6월 24일 우두벌판은 60년 세월을 거슬러 1950년 6월 25일 오전 9시로 되돌아갔다. 이날 전투 장면은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육군 2군단이 ‘춘천지구 전투’를 재현한 것이었다. 춘천지구 전투는 개전 초기 국군이 거둔 첫 대승이자 남한을 3일 만에 점령하겠다는 북한군의 ‘3일 작전’을 무력화시킨 전투였다.

본 행사에 앞서 이날 열린 리허설을 지켜본 이들은 일제히 커다란 박수를 보내며 목숨을 걸고 싸운 참전용사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춘천지구 전투 생존자 안원흥(80·춘천시 교동)씨는 “소양강 다리 위아래가 모두 붉은 핏빛으로 물들어 쳐다보기조차 끔찍했던 전투였다”며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라며 목이 메었다. 49년 7월 19세의 나이로 입대한 안씨는 당시 38선 경계근무를 담당한 6사단 7연대 2대대 6중대 화기소대원(일병)으로 전투에 참가했다. 노병은 “6·25는 두 번 다시 되풀이돼서는 안 될 민족의 비극”이라며 “평화 유지를 위해서는 국가안보가 매우 중요한데 요즘 젊은이들은 국가관이 약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육군 2군단은 25일 오전 11시 102보충대와 우두벌판 일대에서 고(故) 심일 소령 유가족과 춘천대첩선양회 및 참전용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육탄 5용사 추모식 및 전투재현행사’를 실시한다.

오정석(중장) 2군단장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선열들의 고귀한 호국정신을 기리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며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부여된 임무를 성실히 수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춘천=정동원 기자 cd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