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중국, 글로벌 이정표 세운다] 소득분배 불균형 위험수위… 들끓는 민심 폭발 직전

입력 2010-06-24 18:41


(下) 기로에 선 샤오캉(小康) 사회

중국사회가 요동치고 있다. 근로환경이 열악한 근로자들이 일손을 놓고 사측에 대항하기 시작했고, 일부 기층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정부를 비난한다.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 등 사회병리적 현상도 잇따르고 있다. 빈부격차 등 사회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정부와 사회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2020년까지 달성 목표인 전면적인 샤오캉(小康·비교적 안정되고 풍요로운 생활수준) 사회가 중대 기로에 놓였다.

◇흔들리는 중국식 사회주의=중국은 사회주의 체제에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융합한 중국 특성의 사회주의이다. 개혁개방 이후 30여년간 연평균 9.7%의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이 과정에서 빈부, 도농, 계층 간 격차가 확대되면서 사회가 극심한 불균형 상태에 빠졌다.

소득분배의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2000년부터 위험수위인 0.4를 넘어섰다. 올해엔 폭동이 일어날 수도 있는 0.5 이상이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1위안(174원) 안팎의 돈으로 한 끼를 때우는 막노동 농민공(농촌출신 도시근로자)이 있는가 하면, 1만 위안 이상의 식사를 하는 도시부유층도 적지 않다.

요즘 중국에선 부의 대물림을 뜻하는 ‘푸얼다이(富二代)’와 가난의 대물림인 ‘핀얼다이(貧二代)’가 유행어이다. 특히 핀얼다이는 ‘워쥐(蝸居·달팽이집)’에 모여 살며 대도시로 통근하는 ‘이주(蟻族·개미족)’들인 신세대 농민공을 가리킨다. 이들은 대부분 파링허우(80後·1980년대 이후 출생), 지우링허우(90後)이다. 최근 대만 팍스콘(富士康) 중국 공장에서 잇따라 투신자살한 근로자들은 모두 이들 신세대 농민공이다. 광둥(廣東)성 포산(佛山) 혼다자동차 부품생산공장을 시작으로 도미노처럼 확산되는 근로자들의 파업도 이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차별 대우와 불평등 분배로 인한 고통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직접 정부와 사회를 향해 항변하고 나섰다.

어린 학생들이나 이웃,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최근 급증하는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도 사회 불평등 심화에 따른 병리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키운 파이 잘 자르는 게 관건=‘파이를 키워 크게 나누자(선부론)’는 성장 기조가 결국 사회 불평등의 원인을 제공한 셈이다. 이에 중국 당국은 2006년부터 ‘키운 파이를 잘 자르자’는 공평분배에 초점을 맞춰 균부론적 성장 기조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지난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인민정치협상회의) 업무보고에서 “파이를 키우는 문제뿐만 아니라 수입 분배제도를 통해 파이를 잘 나누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당국은 일단 부정부패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감독으로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고, 부동산세 도입 등으로 적극적인 부의 분배를 꾀하고 있다. 또 서민들의 피부에 가장 와 닿는 교육제도와 의료제도를 분배개념에 따라 개혁해 사회보장체제가 완비될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 중이다.

당국은 특히 신세대 농민공을 방치할 경우 자칫 사회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이들을 달래는 데 적극적이다. 원 총리는 지난 단오절 휴가기간 베이징 농민공들과 좌담회에서 “농민공은 중국 산업의 주력군이며, 당신들의 노동은 영광이요, 사회로부터 존중받아야 한다”고 치켜세웠다. 최근 농민공들의 정착을 위한 호구제도 개선이나 대폭적인 최저임금 인상은 모두 이를 감안한 것이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