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사상 첫 女 총리… 이민자 출신 줄리아 길러드
입력 2010-06-24 21:21
호주 역사상 첫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
노동당은 24일(현지시간) 캔버라 연방의회에서 의원 총회를 열어 줄리아 길러드(49)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호주 연방정부 신임총리 및 당 대표로 선출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길러드 신임 총리는 첫 여성인 동시에 이민자 출신 총리로도 기록됐다.
이번 총리 선출은 캐빈 러드 전 총리의 지지율 급락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 전날 길러드 총리는 현 지지율로는 올해 말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며 당 대표 및 총리 경선을 제안했다. 2007년 11월부터 집권한 러드 전 총리는 50%대를 웃도는 지지율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탄소배출 거래권을 보류하면서 하락세를 탔다. 이어 지난 4월 천연자원이익세 등을 포함한 세제개혁을 발표하면서 40% 수준으로 급락했다. 특히 여론을 주도하는 천연자원생산업체의 집단 반발을 샀다. 러드 전 총리는 투표 직전 경선포기를 선언했고, 길러드 총리는 투표 없이 만장일치로 선출됐다. 러드 전 총리는 역대 노동당 총리 중 처음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경질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멜버른 모나시 대학의 닉 이코노무 교수는 “이번 총리 교체는 호주 정치사상 가장 극적”이라고 표현했다. 미국 ABC방송은 길러드가 지난 50년간 형성된 세계 여성지도자들 그룹에 새롭게 합류했다고 전했다.
1961년 영국에서 태어나 5세 때 호주로 건너온 길러드 총리는 멜버른 대학에서 법을 전공하고 변호사로서 노사관계 업무를 주로 다뤘다. 98년 연방의회 하원 노동당 의원으로 선출되면서 정계에 입문, 노동당이 집권에 성공한 2007년 11월부터 부총리직을 맡았다.
길러드 총리의 등장으로 호주 정계에 여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길러드 총리 외에도 호주 최대주인 뉴사우스웨일스주와 퀸즐랜드주의 주 총리 2명이 모두 여성이다. 시드니모닝헤럴드 등 현지 언론은 길러드 총리의 선출로 여성 정치인의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길러드 총리는 의원 총회 직후 부총리로 선출된 웨인 스완 재무부장관과 함께 개각에 착수하고 당 분위기를 쇄신하겠다고 밝혔다. 개각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호주 연방의회 총선은 이르면 오는 10월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과제도 많다. 러드 전 총리의 기존 정책 승계는 물론 지지율도 끌어올려야 한다. 그래서 우선 ‘천연자원이익세’를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입장 재검토, 아프가니스탄 주둔 호주군의 조기철수 압력 등도 풀어야 한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