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미녀들은 가라, 줌마부대 나가신다… 아∼줌마 “아∼8강”

입력 2010-06-24 18:32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거리응원전에서 반짝 스타들이 많이 탄생했다. 대부분 빼어난 외모와 튀는 의상의 미녀들이었다. 개중에는 상업적 의도를 갖고 의도적인 노출을 서슴지 않는 연예인 지망생들도 있었다. 하지만 남아공월드컵 응원전에서는 거리의 스타덤에 오른 아줌마들이 적지 않았다. 화려한 외모의 소유자들은 아니지만 아줌마 특유의 순수하고 따뜻한 방식으로 응원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별예선 2차전이 열린 지난 17일 응원전이 펼쳐진 서울 삼성동 영동대로에서는 한 중년 여성이 “파이팅”을 외치며 시민들에게 땅콩과 오징어를 나눠주고 있었다.

정현순(50·여)씨가 집에서 직접 구워서 갖고 나온 것이었다. 정씨는 등교하는 자녀에게 도시락을 건네 듯 지나가는 시민들 손에 간식거리를 쥐어줬다.

그녀는 축구를 좋아하지도 않고 응원을 해본 적도 없다. 심지어 2002년 월드컵 때는 경기 시간 동안 집에서 잠을 잤을 정도로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정씨는 지난 12일 그리스 전 응원을 위해 거리로 뛰쳐나온 시민들을 보고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녀는 “붉은 물결을 보고 뒤늦게 감동을 받았다. 시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응원하는데 아줌마로서 뭘 해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17일 시장에서 오징어 한 축을 사 경기 시작 전 집에서 정성스럽게 구웠다. 정씨로부터 땅콩과 오징어를 받아든 시민들은 “따끈따끈한 오징어에 땅콩 맛이 일품이에요”라고 했다. 대학생 김진철(22)씨는 “아줌마 때문에 더 열심히 응원했다”며 고마워했다.

거리로 나서지는 않았지만 동네에서 이웃들과 음식을 나눠 먹으며 응원군을 측면 지원한 아줌마도 많았다. 서울 수색동에 사는 주부들은 한국팀 경기가 있는 날마다 직접 만든 음식을 들고 한 집에 모여 응원을 했다. 밤샘 응원을 펼치는 ‘12번째 태극전사’들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김치부침개, 당근 케이크, 브로콜리 녹즙 등 건강음식을 챙겼다. 김정인(38·여)씨는 “함께 모여 응원하며 이웃간의 정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아줌마의 응원은 활발하다. 기혼 여성 전문 사이트인 아줌마닷컴, 아지트, 사이공닷컴 등에는 월드컵 응원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 아줌마들은 어머니의 심정으로 선수들의 건강부터 염려하고 선전을 당부했다. 아줌마닷컴의 아이디 ‘긍정의 힘’은 “대한민국 선수들 나이지리아 전 끝내줬습니다. 앞으로도 다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주세요. 파이팅!”이라는 글을 남겼다.

조국현 기자 jo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