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향방 오리무중… 해외 변수에 물어봐!
입력 2010-06-24 21:17
원·달러 환율이 어디로 갈지 오리무중이다. 미국과 한국의 경제 상황을 보면 하락한다는 주장이 대세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회복 둔화 우려가 번지고 있어 환율 상승 압력도 만만치 않다. 천안함 사태로 1253원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1170∼1200원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다.
‘한 나라의 통화가치는 그 나라의 경제 상황을 반영한다’는 경제 교과서만 놓고 보면 현재 원·달러 환율은 떨어지는 게 맞다. 한국 경제 성장세는 자타가 공인한다. 미국은 반대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23일(현지시간) 그동안 펴왔던 미국 경제회복 낙관론에서 한 발 후퇴했다. 경제지표 개선세도 멈췄다. 지난 1월 말 이후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경제지표 발표 횟수가 더 많았지만, 지난 11일부턴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대신증권 박중섭 선임연구원은 24일 “양국의 경제 형편을 반영해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가 벌어지고 있다”며 “이는 달러의 국내유입을 늘려 환율을 더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것”이고 말했다. 중국 위안화 절상 기조, 천안함 사태로 부각됐던 안보 리스크 완화도 원화 가치를 높이는 요소다. 국내 선물업계는 한국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감안할 때 1100원대를 적정 환율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경제 동향은 달러화 강세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금융시장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BNP파리바는 최근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크레디아그리콜은 그리스에서 4억 유로 규모의 자산 상각에 나섰다.
지난 22일 크리스찬 노이어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일부 유럽 은행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은행 등의 민간 신용위기로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미 FOMC의 경제 전망이 후퇴한 것도 유럽사태로 인한 금융시장 위기감이 작용했다.
이는 달러화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다. 미국 경제 전망이 어둡지만 유럽 문제로 글로벌 경기회복 둔화가 우려되면서 달러가 지닌 안전자산이라는 매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환선물 정경팔 시장분석팀장은 “국내 요인과 해외변수가 충돌할 때 원·달러 환율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은 해외변수였다”며 “다음달 유럽은행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다시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선물 변지영 연구원은 “미국의 저금리 기조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달러가 약세를 보이긴 했다”면서 “그러나 유럽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이에 따른 미 경기 회복 둔화 우려 및 경기지표 부진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아래쪽으로 방향을 틀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