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 독일 vs 잉글랜드 “8강길 막지 마라”
입력 2010-06-24 18:32
유럽 축구계의 앙숙 독일과 잉글랜드가 월드컵 본선에서 20년 만에 일전을 벌이게 됐다. 독일은 24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D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가나를 1대 0으로 누르고 D조 1위가 됐고, 잉글랜드는 C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슬로베니아를 1대 0으로 꺾고 C조 2위로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두 팀은 오는 27일 밤 11시 16강전에서 맞대결을 벌인다.
역사적으로도 앙숙이었던 두 나라는 축구 대결 역시 전쟁처럼 치렀다. 통산 27번 격돌한 A매치에서 나란히 12번씩 이겼다. 3번은 무승부였다. 월드컵 본선에서의 맞대결 성적은 독일이 2승1무1패로 잉글랜드에 한 발짝 앞서 있다.
평소에도 두 팀의 대결은 한 치의 물러섬이 없는 격전이지만 월드컵 본선에서는 더욱 치열해진다. 월드컵에서의 첫 대결이 결코 잊을 수 없는 일전이었기 때문이다. 잉글랜드는 1966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결승에서 제프 허스트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독일(당시 서독)을 4대 2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독일은 내심 아직도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며 우승컵을 도둑맞았다고 여기고 있다. 2-2로 전·후반을 끝낸 뒤 연장 전반 11분에 터진 허스트의 슈팅이 결승골이 됐으나 독일은 이 골이 골라인을 통과하지 않았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독일 통일 후 월드컵에서의 첫 맞대결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두 팀이 1990년 10월 독일이 통일된 후 월드컵 본선에서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울러 영국 프리미어리그와 독일 분데스리가의 자존심을 걸고 맞붙는 대결이기도 하다.
한편 이날 독일과 가나의 경기에서는 월드컵 본선 사상 처음으로 다른 국가에 속한 형제가 한 경기에서 맞붙는 진기록이 세워졌다. 가나 대표로 출전한 형 케빈 프린스 보아텡(23·포츠머스)은 경기 끝까지 교체없이 출장했고 독일 대표인 동생 제롬 보아텡(21·맨체스터 시티)은 선발 출전해 후반 28분까지 뛰었다.
독일의 승리로 끝났지만 독일과 가나가 나란히 D조 1·2위로 16강에 진출, 형과 동생이 모두 함께 웃은 셈이 됐다. 가나는 27일 C조 1위 미국과 16강전을 치른다.
가나 출신 독일 이민자인 아버지를 둔 배다른 형제인 이들은 함께 축구를 하며 성장했으나 2007년부터 각자의 길을 택했다. 동료와 마찰을 일으켜 독일 대표팀에서 미운털이 박힌 형이 독일 대신 아버지의 뿌리인 가나 대표팀에 합류했고, 동생은 요아힘 뢰프 감독의 부름을 받고 독일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