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8강] 허정무 감독, 타바레스 우루과이 감독 상대로 ‘복수혈전’

입력 2010-06-24 18:31

한국과 우루과이의 16강전이 킥오프되는 26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간)는 ‘허정무 인생극장’의 커튼이 올라가는 순간이다.



우선 ‘총연출’ 허 감독은 20년 전 설욕을 시도한다. 1990년 6월 21일 이탈리아월드컵 E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한국-우루과이전이 열린 우디네 소재 델프리홀리 스타디움. 당시 35세이던 한국 대표팀 트레이너 허정무는 건너편 우루과이 벤치에서 한국전을 지휘하던 40대 초반의 오스카르 타바레스 감독(현 우루과이 대표팀 감독)을 처음 만났다.

말이 트레이너지 위로는 이회택 감독-이차만 수석코치-이세연 코치 같은 대선배들이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때는 대표팀 트레이너가 감독보다는 주장과 가까워야 하는 선수들 맏형 비슷한 역할이었다.

한국이 우루과이 폰세카에게 후반 45분 결승골을 내줘 0대 1로 패했다. 3전 전패 치욕적인 성적에 고개를 떨군 이회택 감독을 보며 트레이너 허정무는 ‘월드컵 대표팀 감독이란 영광스럽지만 고통스러운 자리’라는 것을 느꼈다. 타바레스 감독은 한국을 이겨 승점 4(1승1무1패)가 돼 조 3위 와일드카드(당시는 총 24개국 참가)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뒤 선수들과 얼싸안았다.

20년 뒤 이번에는 허정무와 타바레스가 월드컵 대표팀 감독으로 다시 만났다. 허정무는 감독 승진이고, 타바레스는 동일 보직이다. 타바레스가 20년 전 허정무 트레이너를 기억할지는 모르나 허 감독 입장에선 세월을 느낄만하다.

허 감독은 우루과이를 이기고 8강에 오를 경우 흔히 하는 말로 ‘팔자’가 달라진다. 허 감독은 “남아공월드컵이 대표팀 감독으로는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월드컵 8강 감독을 다른 나라를 포함한 클럽들이 가만 놔둘 리 없다.

허 감독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고 대표팀 선수에서 은퇴한 뒤 3년 정도 공장판에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해 온 축구 말고 다른 세상도 경험하기 위해 1980년대 초반 에인트호벤(네덜란드)에서 번 돈으로 직접 공장을 경영했다.

그러나 외도는 오래 가지 않았다. 1990년 이회택 감독의 부름으로 대표팀 트레이너 자리를 맡으면서 축구 지도자라는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허 감독은 히딩크 직전 마지막 내국인 대표팀 감독이었다. 히딩크에서 베어벡으로 이어진 7년간의 오랜 외국인 지도자 시대를 끝낸 첫 내국인 감독도 허정무다. 인생은 돌고 도는 것이고, 한국-우루과이전은 허정무 삶의 가장 중요한 ‘공연장’이 될 수 있다.

더반=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