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우드 후손 엘리자베스 교수, “초기선교사 ‘공적 띄우기’ 자제했으면”
입력 2010-06-24 18:45
“한국교회가 성장한 이유가 증조부(언더우드)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을 너무 자주 들어왔습니다. 얼마나 오만하고 주제넘습니까. 하나님이 한국에서 일하셨고 주님은 나의 증조부모가 그 사역의 일부가 되게 허락하신 것입니다. 한국에 왔던 외국 선교사들을 신화화하는 것은 말씀의 핵심을 놓친 것입니다.”
호러스 언더우드(1859∼1916) 선교사의 4대 손녀인 엘리자베스 언더우드(49·사진) 미국 이스턴켄터키대 교수(사회학)가 한국 교회에 직언을 했다. 초기 선교사 개인에 대한 지나친 부각은 신앙의 본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말은 그동안 한국교회가 해외선교의 질적 개선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은 반면, 초기 외국인 선교사들에 대한 ‘기념비 세우기’에는 힘을 쓰는 것에 대한 충고다. 더욱이 발언 당사자가 한국교회 역사에 획을 그었던 선교사의 직계손이란 점에서 반향은 크다.
언더우드 교수는 23일 서울 광장동 장로회신학대(총장 장영일)에서 열린 에든버러세계선교사대회 100주년 기념 ‘2010 한국대회’ 주제 강연에서 증조모 릴리어스 호튼 언더우드에게서 얻은 교훈을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증조모는 자신이 다른 기독교인보다 더 거룩하다는 생각으로 한국에 왔다. 그러나 고향에서와 같이 자신이 동일한 죄인이라는 것을 깨닫고 놀랐다. 특히 천국엔 백인들만 있다고 생각했으나 아들이 한국인 친구와 함께 있는 것을 보면서 ‘백인들의 천국’ 환상은 깨졌다.
언더우드 교수는 “증조모 릴리어스의 연약함과 19세기 문화가 내포한 죄악을 담은 릴리어스의 고백을 읽으며 선조의 실패와 죄에 대해 깨달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바라볼 대상은 선교사들이 아니라 그리스도이기 때문에 더 이상 부끄럽지 않다”고 고백했다.
한국인들이 가졌던 신앙의 우수성에 대해서도 말했다. 대부분 선교사들은 한국 기독교인의 특징을 보며 감탄했는데 미국 기독교와는 달리 실천에 강했다.
“서구 선교사들은 한국인들의 새벽기도와 산(山)기도를 비롯해 개인 전도, 재정적 지원, 십일조 형태의 ‘날 연보’, 성경 공부 열심 등에서 미국인보다 뛰어났다고 기록했습니다.”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난 언더우드 교수는 79년 도미했다. 언더우드 교수는 3세 원일한 박사의 넷째 동생 원득한(Richard Fredrik Underwood)씨의 딸이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