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일자 표시제 도입 서울우유 노민호 본부장 “고객 신뢰,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죠”

입력 2010-06-24 21:16


“고객에게 혜택과 믿음을 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좋은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7월 우유업계 최초로 제조일자 병행 표시제를 도입한 서울우유 노민호(52·사진) 마케팅본부장은 24일 “제조일자 표시는 고객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삼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노 본부장은 2006년 대형마트에서 우유를 고르는 주부들이 제품을 들었다 놨다 하는 모습을 봤다. 그가 “우유 하나 선택하는 데 뭐가 그리 오래 걸립니까”라고 묻자 “유통기한 오래 남은 것 찾으려고요”라는 주부의 답이 돌아왔다.

노 본부장은 고민했다. 소비자로서는 당연한 권리다. 그는 회사에 들어가 제조일자 병행 표기를 제안했다. 반발이 컸다. 제조일자를 찍는 순간 생산-유통-영업에 이르는 전 과정이 바뀌어야 했다. 공장에서는 그날 짠 우유를 바로 출고해야 하니 밤샘작업을 해야 했고, 영업 현장에서는 제품이 도착하자마자 시장에 내다 팔아야 했다. 인건비가 늘어나는 일이라 회사에서도 달가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노 본부장은 확신이 있었다. 그는 “제조일자 표기를 안 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더라고요. 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내부적으로 반대도 많았지만 ‘이건 된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밀고 나갔습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14일 제조일자를 도입한 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두 달 뒤인 9월 하루 판매량이 전년보다 15% 증가한 평균 939만개(200㎖ 환산)를 기록했다. 7∼10일, 21∼24일은 1000만개를 돌파했다. 국내 전체 우유 제조량이 하루 2300만개임을 감안하면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제조일자 병행표기에 힘입어 서울우유는 지난해 1조5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노 본부장의 최근 관심은 고객센터(대리점) 환경개선이다. 본사와 고객센터가 반반씩 비용을 부담하는 만큼 이 역시 어느 쪽에서도 반가워하지 않는다. 노 본부장은 “두고 보세요. 주민들이 볼 때 ‘서울우유는 깨끗한 곳에서 취급하는구나’ 하는 인식을 심어줄 겁니다. 3년이면 돼요”라고 자신했다.

글=권지혜 기자, 사진=윤여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