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60주년… 끝나지 않은 전쟁] 군함 1척 ‘맨손軍’ 세계 10위 전투력 무적軍 되다

입력 2010-06-24 17:45


(5) 한국군의 어제와 오늘

한국군은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6·25전쟁을 맞아야 했다. 창군 2년이 안 된 우리군은 철저하게 도발을 준비해 온 북한 전력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그러나 60년이 흐른 현재 한국군은 병력 수 세계 5위권, 무기체계와 전쟁지속능력 등의 종합 전력평가에서는 10위 안에 드는 정예군으로 변모했다.



◇출발은 미약했지만…=우리군은 1948년 8월 15일 정부 수립과 함께 치안유지를 위해 창설된 5000명의 국방경비대와 조선해안경비대 3000여명이 육·해군으로 개편되면서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공군은 49년 10월 1일 대통령령 254호에 의해 창설됐다.

창군초기 각 군이 보유한 전력은 초라했다. 50년 6월 당시 육군은 8개 사단, 22개 연대로 구성됐으며 병력은 9만명이었다. 무기는 장갑차 27대, 57㎜무반동총 140정, 2.36인치 로켓포 960문, 구형 M3 105㎜ 곡사포 91문, 대전차포 140문이 전부였다. 전차는 한 대도 없었다. 반면 북한은 소련군이 제공한 T-34전차를 242대나 갖고 있었다. 개전 초 북한군이 파죽지세로 내려올 때 육군이 대항할 수 있는 무기는 구식 대전차포가 전부였다. 군사편찬연구소 남정옥 박사는 24일 “폭탄을 몸에 지니고 적 전차와 같이 산화한 육탄공격이 많았다”고 했다.

해군 병력은 6956명에 불과했고, 함정은 대부분 낡은 소해정이었다. 전투함은 49년 10월 미국 대학에서 구입한 실습선이 유일했다. 2달간의 개조작업을 거쳐 3인치 주포와 포탄 100발을 장착한 전투함으로 변신한 ‘백두산함’은 6월 26일 새벽 울산 앞바다까지 내려온 북 함정을 격파하기도 했다.

병력 1897명과 연락기 14대로 출발한 공군은 ‘애국기 헌납운동’을 통해 마련한 기금으로 캐나다제 훈련기 AT-6형 항공기 10대를 50년 5월 구입했다. 전쟁이 터지자 공군은 훈련기로 북한군의 남하를 저지해야만 했다. 당시 훈련기 조종사였던 배상호 한국공군 6·25 참전유공자회장은 “조종사들이 수류탄과 폭탄을 가슴에 품고 출격했지만, 남하하는 북한 전차를 파괴할 수 없었다”고 했다. 미국은 50년 7월 F-51 무스탕 10대를 우리군에 제공했다.

◇첨단무기체계로 무장한 한국군=60년 만에 한국군은 정예군으로 성장했다. 육군은 국내에서 개발한 K-2 전차, K-9 자주포, 다련장포. ATACMS 지대지미사일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자동화 사격지휘체계와 정밀 사격통제장치를 갖춘 K-9 자주포는 최대 사거리 40㎞에 분당 2발을 발사할 수 있고 북한의 170㎜자주포를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ATACMS는 첨단자탄을 장착한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를 이용, 전차 등 움직이는 목표물을 찾아내 공격할 수 있다. 미사일 하나로 축구장 3∼4개 크기 지역을 초토화할 수 있다. 또 첨단 IT 장비를 활용한 과학화전투훈련장도 있다. 각종 전자인식장치를 지닌 무기류를 동원,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을 진행할 수 있는 훈련장을 갖춘 나라는 전 세계 10개국에 불과하다. 병력도 52만명으로 늘었다.

아울러 2007년 꿈의 구축함으로 불리는 이지스함 세종대왕함(KDX-III·7600t급)을 진수, 세계에서 5번째로 이지스함을 보유한 해군으로 기록됐다. 오는 8월 두 번째 이지스함이 진수된다. 해군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수송·상륙함인 독도함(1만8000t급)을 갖고 있으며, 지난 2월 이지스함과 한국형 구축함으로 구성, 막강화력을 갖춘 기동전단도 창설했다.

공군은 최첨단 전투기 F-15K를 보유하고 있으며 2012년쯤에는 360도 전방위 감시가 가능한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를 갖추게 된다. F-15K가 AWACS의 지원을 받으면 레이더 탐지범위 밖 적기에도 공대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F-15K에 장착될 최신 정밀타격용 공대지유도탄(JASSM)도 수백기를 갖출 예정이다. 최대 사거리 400㎞인 JASSM은 미사일 탄두에 목표물 자동위치 식별·탐지기능을 설치한 일종의 순항 미사일로 유사시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

◇세계 속의 한국군=“한국군이라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무엇보다도 6·25 때 우리를 도왔던 아이티에 은혜를 갚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 뿌듯합니다” 지난 1월 12일 지진이 발생한 아이티의 재건작업을 돕고 있는 단비부대 권기범(41) 소령은 본보와의 국제전화에서 대단한 자부심을 보였다. 그는 “지난 16일 유엔아이티안정화임무단(MINUSTAH)의 파울 크룩 소장이 단비부대가 활동하고 있는 레오간 지역을 방문해 한국군이 가뭄 끝에 만난 단비처럼 아이티인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고 극찬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레바논과 이라크에 각각 파견된 동명부대, 자이툰 부대도 현지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6월 현재 한국군이 유엔평화유지(PKO) 활동과 재난지원을 위해 파견된 지역은 14개국(17개 지역, 1057명)에 달하고 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