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단호한 오바마… ‘항명’ 戰場의 장수 바꿨다
입력 2010-06-25 10:03
소환한 매크리스털 아프간 주둔 사령관 전격 경질
군통수권자로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결정은 빠르고 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스탠리 매크리스털 아프가니스탄 주둔군 사령관과 30분간 단독 면담한 뒤 그를 바로 경질했다. 경질 사실도 이례적으로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직접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들에게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의 사의를 받아들였다. 매우 유감스럽지만, 아프간에서의 임무, 우리 군, 우리나라를 위해 올바른 결정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말로야 사의를 받아들인 것이지, 전쟁터에서 전투 임무를 수행 중인 사령관을 전격 소환해 자른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행정부 국가안보팀 고위 참모들과 아프간전 전략을 비난하는 매크리스털 사령관의 발언 보도가 나오자마자 최단시간 내 본국소환을 명령했다. 그가 오자마자 백악관으로 불러 일단 해명을 들은 뒤 안보팀과 잠깐 협의를 가졌다. 그리고 바로 로즈가든으로 걸어나와 경질을 발표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매크리스털이 대통령 등을 폄하하는 언급을 했다는 보도내용을 보고받고 “그가 잘못 판단했다”는 진노를 표시했다. 이후 경질사실 발표까지 걸린 시간은 채 80시간이 안 된다. 문제의 기사가 게재된 격주간지 ‘롤링스톤’은 아직 발간일인 25일이 되지 않은 시점이다.
매크리스털 사령관의 전격 경질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내보이려는 메시지는 분명하고 단호하다. 군부의 문민통제 훼손을 손톱만큼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문민통제 훼손은 가장 중요한 미군의 팀워크를 무너뜨리고, 역사상 가장 강한 군대인 현재의 미군을 약화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봤다. 무엇보다도 민주주의 시스템을 약화시키는 행위로 간주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그런 메시지는 회견 내용에 확고히 배어 있다. 미국 언론들도 대통령의 단호함이 상당히 돋보이는 조치였다고 보도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매크리스털 사령관의 최근 행동은 사령관이 준수해야 할 기준을 넘어선 것”이라며 “그것은 민주주의 시스템의 핵심인 군에 대한 문민통제를 훼손했고, 또 아프간에서 우리 팀이 함께 일하는 데 필요한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분명히 언급했다. 이어 “우리 군의 강인함과 위대함은 군의 엄격한 행동수칙이 군을 지휘하는 장성과 민간인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데서 비롯된다. 이것이 역사상 지금의 미군이 최대 강군인 이유”라고 못 박았다.
그는 또 “우리의 민주주의는 개인보다 더 강한 제도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군의 명령계통과 문민통제 유지가 바로 그 제도”라며 “최고사령관으로서 민주주의 핵심을 유지하기 위해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의 경질이 아프간전 정책변화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매크리스털의 아프간정책 비판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밝힌 것이다.
매크리스털 사령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 아프간 카불의 사령부에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대통령의 아프간전 전략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혀 문민통제를 훼손할 뜻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격 경질조치에 대해 정치권은 이의를 달지 않았다. 민주주의 시스템에서 문민정치가 무력을 갖고 있는 군부를 확실히 통제해야 한다는 확고한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후임으로 매크리스털의 상관인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중부군 사령관을 지명하고, 상원에 신속한 인준을 요청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