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회전이 빨라 어지러워요… 태양빛에 눈도 부시고”… 우주선이 트위터를 쏜다
입력 2010-06-24 18:35
“후배들이 더 잘해주겠지. 아쉽지만 내 역할은 여기까지인가 봐.” 지난 10일 발사 도중 폭발한 나로호가 생명체였다면 마지막 순간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우주미아가 되리란 예상을 깨고 지난주 7년 만에 귀환한 일본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는 지구 대기권에서 산화하기 전 “마침내 지구가 보입니다…다녀왔습니다”란 말을 남겼다. 지난달 발사돼 금성으로 항해 중인 일본 우주범선 ‘이카로스’도 매일 이처럼 친근한 말투로 지구와 대화한다. 트위터를 통해서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우주에 보낸 탐사선 이름으로 트위터를 개설했다. 우주선 근황을 알리기 위해 JAXA 직원이 쓰는 것이지만 우주선을 화자로 한 여행기에 가깝다. “우주 탐사, 돈 낭비 아냐?” 나로호 발사 실패로 국내에서 일었던 이런 물음에 대처하는, 멀게만 느껴지는 우주를 사람들과 좀더 가깝게 이어주는 우주강국의 작은 노하우. 그래서인지 우주에서 오는 트위터 메시지는 때론 아주 감상적이다.
“도쿄에서 본 금성은 너무 예뻤어요. 그곳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네요.” 세계 최초 태양광 우주범선 이카로스의 트위터(@ikaroskun)에 지난달 21일 게재된 글이다. 오전 7시 일본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뒤였다.
“지금은 너무 회전이 빨라서 어지러워요. 태양빛에 눈도 부시고.”(지난달 28일) 이카로스 본체는 지름 1.6m, 높이 1m 원통이지만 가로 세로 각각 20m의 대형 돛이 부착돼 있다. 원심력으로 돛의 각도를 유지하게 돼 있어 분당 최대 25바퀴 회전한다.
“방금 지구에서 연락을 받았는데 내가 440만㎞나 날아왔대요. 이제 회전수를 높여서 돛을 펴야하는데 잘 될까….”(지난 2일) 두께가 0.01㎜도 안 되는 이 돛은 태양에서 나오는 빛이나 입자를 반사시켜 마치 바람을 타고 가는 돛단배처럼 추진력을 얻는다. 일본이 세계 최초로 구현한 기술이다. 지난 12일 성공적으로 돛이 펴지자 이카로스는 “나 지금 태양빛의 힘을 느끼면서 빙글빙글 날고 있어. 모두 축하해줘서 고마워”라고 했다.
이별의 장면도 있다. 이카로스에는 분리형 카메라가 부착돼 있었다. 돛을 펼치면 본체에서 떨어져 15분 동안 이카로스의 상태를 촬영해 지구로 전송한 뒤 생을 마감한다. 지난 14일 이 작업이 마무리되자 이카로스는 트위터에서 카메라를 ‘동생’이라 부르며 작별 인사를 했다. “사진 잘 받았어. 고마워. 이제 느긋하게 쉬어. 우리 동생은 세계에서 제일 작은 인공 혹성이 되겠구나.”
하야부사의 트위터(@Hayabusa_JAXA)는 지난 4월 15일 개설됐다. “이카로스는 하야부사를 만들며 자란 젊은이들이 만들어낸 하야부사의 후배입니다. 많은 기술이 이카로스에 계승됐습니다.”
JAXA 직원의 이 글을 시작으로 하야부사 역시 여행기를 게재하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이카로스와 대화도 주고받았다. 이카로스가 발사된 지난달 21일 하야부사의 트위터 내용은 “지금 지구의 환호성이 들리긴 하는 거야? 마침내 해냈다. 너는 진짜 우주범선이 된 거야”였다.
2003년 발사 직후 엔진이 꺼지고 자세제어 장치가 고장 나고 지구와의 통신이 두절됐다가 궤도 이탈까지 겪었던 하야부사는 지난 13일 예정했던 기간을 3년이나 넘겨 어렵게 지구로 귀환했다. 귀환이 임박해질수록 하야부사 트위터는 바빠졌다.
“지구로 귀환하기까지 23시간 남았습니다. 약 44만㎞ 거리….”
“이카로스, 마지막에 천천히 이야기할 수 있어 좋았다. 계속 금성까지 날아가. 안녕.”
“이제 곧 지구입니다. 저 금방 갑니다.”
13일 오후 11시 하야부사는 지구 대기권에 들어섰다. 공기와의 마찰열로 산화해 사라지기 직전 마지막 심정을 남겼다.
“마침내 지구가 보입니다. 이제 저는 지구의 그림자에 들어갑니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지구에서 저와 함께 임무를 완수한 분들의 웃는 얼굴이 너무나 눈부실 것 같아, 눈물이 납니다. 저, 다녀왔습니다.”
하야부사는 소행성에서 가져온 파편 샘플을 산화 직전 캡슐에 담아 떨어뜨렸다. 이는 호주에서 회수됐다. 하야부사가 마지막으로 남긴 것은 망가져가는 카메라로 찍은 지구의 사진. 하야부사의 궤도제어를 담당했던 하시모토 다츠아키 교수는 JAXA 홈페이지에서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마지막 순간에 하야부사의 카메라를 켰습니다. 역시 에러가 몇 개 생겼지만 그 정도면 괜찮았어요. 하야부사에 마지막으로 지구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도 우주탐사선 보이저2호(@Voyager2), 수성탐사선 메신저(@MESSENGER2011), 쌍둥이 화성탐사로봇 스리피트와 오퍼튜니티
(@marsrovers), 허블 우주 망원경(@IamHubble)의 트위터를 운영한다. 우주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이해를 돕기 위해서다. 하야부사는 6만8000명, 이카로스는 3만2000명, 보이저2호는 8400명의 팔로어를 갖고 있다.
과학 전문 출판사 사이언스북스 관계자는 “우주탐사체에 인격을 부여한 트위터들이 학생과 연구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