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의 희망 ‘굿 아프리칸 커피’… 방앗간만한 커피공장에 세계가 관심

입력 2010-06-24 18:25


“당신들이 한국에서 온 첫 번째 방문자입니다.”

청바지에 흰 셔츠를 입은 30대 흑인 남성이 환영했다. ‘굿 아프리칸 커피’의 재정 및 운영 책임자 앤드루 카숨바였다.

2003년 우간다 캄팔라에서 설립된 이 회사는 커피를 제조해 외국에 파는 유일한 아프리카 기업이다. 창업자는 앤드루 루가시라. 그는 아프리카 경제계의 새로운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떠올랐다. 지난 5월 탄자니아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아프리카회의 때 세계 경제 지도자로 소개되기도 했다.

카숨바가 공장으로 안내했다. 방앗간 하나만한 규모인데, 커피 완제품 공장이란다. 로스팅(커피를 고온으로 볶는 과정), 그라인딩(볶은 커피를 가루로 만드는 과정), 포장, 배송 등 전 과정이 여기서 이뤄진다. 지난해 7월 완공된 이 공장에 총 100만 달러가 투자됐다. 우간다 정부도 자금 일부를 지원했다.

굿 아프리칸 커피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아프리카의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는 그동안 원료 생산지였지 완제품 생산지가 아니었다. 커피도 마찬가지. 카숨바는 “전에는 우간다에서 생산한 커피를 아일랜드로 보내 완제품으로 만든 후 우간다로 다시 가져와 판매했다”며 “지금은 여기서 최종 생산품을 만들어 영국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수출한다”고 말했다.

원료 생산과 완제품 생산은 질적으로 다르다. 커피의 경우 커피콩으로 팔면 ㎏당 1달러를 받는다. 그러나 로스팅과 그라인딩 과정만 거쳐도 ㎏당 15달러로 뛴다. 굿 아프리칸 커피는 아프리카에서도 완제품을 생산해 선진국으로 수출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지난해 하반기 수출 금액은 150만 달러에 달했다. 내수 판매는 50만 달러.

현재 농부 1만4000여명이 르웬조리산 일대 케세스 지역에서 커피를 재배해 이 회사에 공급한다. 1980년대 커피 가격 폭락 이후 우간다에서 커피 재배농은 사라졌다. 사람들도 커피 대신 차를 마셨다. 커피농사를 되살려낸 게 바로 굿 아프리칸 커피다.

이 회사는 창업 당시부터 꾸준히 농부들에게 재배기술을 가르치고 농사기계를 제공했다. 해마다 수익의 50%를 농부들에게 되돌려준다. 덕분에 커피 농부들은 자기 통장을 가지게 됐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 시작했다. 굿 아프리칸 커피에 납품하는 농부 숫자는 계속 늘고 있다. 카숨바는 “우리 커피의 출발점은 농부”라며 “농부들이 행복해야 좋은 커피를 공급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굿 아프리칸 커피는 조만간 초콜릿과 차(茶)도 상품화할 예정이다. 카숨바는 “한국에서도 우리 상품을 사가는 곳이 생기길 바란다”고 했다.

캄팔라=김남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