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라이프] 몸의 곡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흐르는 실루엣, 크리스털과 꽃 등 장식을 활용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심플한 느낌. 웨딩드레스 디자이너 이승진(41)씨의 작품은 불필요한 과장이 없다. 그 특징은 이씨 자신의 개성과도 꼭 맞아떨어진다.
신앙생활과 선교에 대해 “어떻게 해서?”라고 질문할 때마다 그는 난감한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냥 그렇게 됐을 뿐인걸요. 기도하다 보면 하나님이 오른쪽으로 가라, 왼쪽으로 가라, 이번엔 쉬어라 하시니까, 그대로 한 거죠.”
서울 청담동에 자리한 웨딩드레스숍 ‘이승진스포사’를 찾아가게 된 것은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 ‘브라이덜위크 2011’ 컬렉션에 한국은 물론 아시아 디자이너 중 최초로 참여해 이례적인 찬사를 받은 이씨가 독실한 신앙인이며 선교에 열심이라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컬렉션 관련해서는 수차례 언론의 조명을 받았지만 신앙 인터뷰에 대해 이씨는 다소간 부담을 느끼는 듯했다. “미화하거나 과장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고 입을 열며 “선교의 비전을 가진 것은 맞지만 실천한 지가 얼마 안 됐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그 내용은 분명 쉬운 것들이 아니었다. 지난해 세컨드 브랜드 ‘조이엘 리’를 시작한 이래 그 수익 전액을 털어 20여명의 해외선교사에게 매월 일정액을 보내고 있다는 것과 50명을 지원하는 것이 목표라는 점, ‘해외 진출 수익의 50%를 해외선교에 쓴다’는 다짐을 2007년 일본 수출 이래로 꾸준히 지켜오고 있다는 점이 그랬다.
오는 30일에는 바르셀로나 컬렉션 작품을 국내에 선보이는 단독 쇼를 열고, 그 앞뒤로도 해외 출장이 꽉 차 있지만 오는 8월 중순의 며칠간은 오롯이 비워뒀다. 베트남에서 한국 선교사가 주선하는 현지인 20쌍 무료 결혼식을 도우러 웨딩드레스를 싸들고 날아가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저의 모든 성공은 하나님이 주신 결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프랑스 유학에서 돌아온 1993년, 스물다섯이라는 어린 나이에 겁도 없이 단독 웨딩숍을 열었다. 숱한 시행착오가 정해진 수순이겠지만 매번 어려운 일을 앞두고 금식과 새벽기도를 하며 어린애처럼 하나님께 매달린 덕분에 큰 부침 없이 17년째 사업을 이어올 수 있었다.
드레스를 디자인할 때도, 패션쇼를 준비할 때도, 심지어 원단을 사러 가서도 기도하고 결정한다는 이 대표는 “기도하고 나면 신부들을 사랑하는 마음, 그들을 더 아름답고 기쁘게 만들어 주자는 마음이 샘솟는다”면서 “그것이 제 브랜드가 사랑받는 비결일 것”이라고 했다. 바르셀로나 컬렉션에서 외국 비평가와 기자들이 “감동적이다”라는 찬사를 보낸 데 대해서도 “아마도 드레스에서 기독교적 영성을 엿본 모양”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청소년 때 여의도순복음교회 교회학교에서 ‘센’ 훈련을 받았고, 몇해 전 온누리교회 CEO 리더십 과정도 수료했지만 지금은 청담동 신우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주일성수를 위해 지난해부터는 두 개의 숍 모두 일요일에 문을 닫는다. 주말 고객이 많은 웨딩업계에서는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물어볼 것이 말았지만 인터뷰는 그의 “어떻게 해서 지금 이렇게 됐냐는 질문은 그만 해 주세요”라는 애교 섞인 부탁으로 마무리됐다. “제가 계획한 것은 하나도 없으니까, 설명하기가 어렵네요.”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황세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