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학자 롱맨 교수-개혁주의생명신학자 장종현 박사… 신학을 말하다
입력 2010-06-24 17:42
한국교회가 세계 2위의 선교사 파송국가에 걸맞은 신학적 위상을 갖고 있을까. 세계 신학계에 공헌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본보는 최근 개혁주의생명신학회 정기학술대회를 위해 내한한 세계적 성서학자 트렘퍼 롱맨(미국 웨스트몬트대) 교수와 개혁주의생명신학을 주창한 백석학원 설립자 장종현 박사의 좌담을 통해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았다.
-세계 신학계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롱맨 교수=오늘날 세계 신학 조류를 모두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세계는 다양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심을 끄는 몇 가지만 들겠다. 첫째, 복음주의 신학, 특히 개혁주의 진영에서 양극화가 드러나고 있다. 신앙을 점점 더 보수적인 시각에서 보려는 입장과 성경이 다른 해석을 견지하고 있다고 보려는 입장 간 갈등이다. 예를 들어 창세기 1∼2장과 창조 사이의 관계에 대해 어떤 복음주의자들과 개혁신학자들은 창세기 1∼2장에서 세상을 창조하신 분으로 하나님을 확고하게 밝히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어떻게 만드셨는지는 다루지 않고 있다.
둘째, 미국 개혁교회의 성장과 생명력에 관한 것인데, 팀 켈러, 존 파이퍼, 마크 디버, 마크 드리스콜 등 목회자들은 책과 설교를 통해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반면 스콧 맥나이트 등과 같은 유명 신학자들은 영향력을 갖고 있긴 하지만 비기독인들에게 다가가는 데 목회자들보다 여의치 않다.
-125년 전 복음을 받아들인 뒤 비약적으로 성장한 한국교회는 현재 정체를 경험하고 신학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가 있는데.
△장 박사=바른 신학은 바른 교회의 토대이자 바른 신앙생활의 원리다. 지난 세기 실존신학, 과정신학, 세속화 신학, 해방신학, 정치신학, 여성신학, 생태신학, 설화신학 등이 한국교회가 처한 상황을 인식하는 데 도움을 주었지만 성경의 본류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개혁주의 신학도 하나님 말씀인 성경을 기초로 교회와 사회를 개혁하는 데 실패했다. 앞선 신학자들의 가르침을 화석화시켰기 때문이다. 신학은 머리와 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무릎에서 시작해서 가슴으로, 그리고 삶의 변화로 나아가야 한다.
-사변화된 신학을 반성하고 영적 생명을 회복하자는 차원에서 개혁주의 생명신학이 등장했는데, 과연 대안이 될 수 있겠는가.
△장 박사=개혁주의 생명신학은 또 하나의 신학을 만들자는 게 아니다. 개혁주의 신학에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력을 불어넣어 개혁주의 신학을 살려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성경이 말하는 생명이 무엇인가를 밝혀야 한다. 우선, 성경의 신적 권위를 강조해야 한다. 성경을 읽을 때 성령님의 역사하심을 통해 진리를 깨닫고, 기도 가운데 변화를 경험하고 삶까지 바뀌어야 한다. 예수님께서 약속하신 참된 생명을 누려야 한다. 삶 가운데 성령의 조명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을 일깨우는 것이 개혁주의 생명신학이다.
△롱맨 교수=첫째, 우리의 신학은 세상과 사람들에게 생명을 주는 방향으로 실천되어야 한다. 둘째, 우리는 영이요 생명인 하나님의 말씀을 회복시켜야 한다. 장 박사가 개혁주의 생명신학을 통해 주장했듯이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가져야 한다. 성경연구방법은 성경이 영이라는 사실을 높이 드러내야 한다. 성경은 죽은 문자가 아니라 생명을 주는 영이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성경으로 되돌아가야 하는데.
△장 박사=첫째, 하나님의 계시인 성경의 올바른 해석에 근거해 모든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문제는 성경은 뒷전에 두고 시대적 상황을 앞세우는 신학자와 목회자가 많다는 것이다.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성경적 관점에서 핵심을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할 때 성경은 삶의 원리가 된다. 이를 위해 목회자들은 주경(註經) 실력을 함양해야 한다. 둘째, 개혁주의의 전통을 회복해야 한다. 신학자와 목회자가 스스로 개혁해야 한다. 셋째, 성경의 원리에 따라 해석된 신조들을 면밀히 연구하고 가르쳐야 한다. 그럴 때만이 교회와 성도들을 이단의 공격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다.
△롱맨 교수=교리, 심지어 신앙고백으로 성경을 대체하려는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 성경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말씀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그 말씀에 귀 기울여야 한다. 또 그 말씀이 우리의 생각, 태도, 감정, 행동을 형성케 해야 한다. 성령 하나님과의 교제와 기도가 늘 함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또한 깨달아야 한다. 아울러 부지런히 연구해야 한다. 성경의 주요 메시지는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그 풍성함을 실제로 탐구하기 위해서는 헌신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우리는 성경이 쓰인 시기와 관련해 연구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구약시대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그 메시지가 무슨 의미였는지를 물어봐야 한다. 브레버드 차일즈는 이를 ‘구약의 차별된 음성(discrete voice)’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우리는 차일즈가 동의하고 있듯이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우리는 기독교인으로서 구약성경을 기독교적 관점에서 읽어야 한다. 예수님은 누가복음 24장을 통해 구약성경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고난과 영광을 예언하고 있다고 설명하셨다. 따라서 구약을 그리스도에 대한 증언으로 읽어야 한다. 구약과 신약 사이에는 연속성과 불연속성이 있다. 이 때문에 구약성경이 어떻게 오늘의 우리 삶에 계속해서 영향을 끼치는지 물어야 한다. 아울러 성경을 공동체 속에서 읽어야 한다. 무한한 풍성함을 지닌 성경을 해석하기 위해 서로 도와야 한다.
-크리스천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겠는가.
△장 박사=생명력은 단절되지 않고 소통될 때 드러난다. 사회복지나 사회봉사 자체가 지상의 목표일 수 없다. 이는 구원받은 성도들의 삶에서 빠져서는 안 될 요소이다. 교회는 예수님으로 이 사회를 품고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
-한국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이 세계 교회와 신학에 기여할 수 있겠는가.
△롱맨 교수=이미 그러고 있다. 우리는 종종 한국교회에 대해 말한다. 미국과 유럽의 선교사들이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곳에서 한국 선교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미국이나 유럽 학자들 중 한국어를 읽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한국 신학자들은 영어로 더 많은 논문을 써야 한다. 한국교회가 서구 신학자들의 제한된 시야를 넓혀 주기를 바란다.
정리=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