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토리 버치 방한 “튀지 않는 우아함 좋아하는 것 한국여성들 패션취향 저와 비슷하네요”

입력 2010-06-23 21:46

“한국여성들은 패션을 사랑하는 것 같아요. 튀지 않는 우아함을 좋아하는 점이 제 취향과 비슷합니다.”

전 세계에서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미국 출신 패션 디자이너 토리 버치(44)는 23일 한국 여성패션을 ‘무조건 유행을 따르지 않는 절제된 우아함’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국내 ‘명품 1번지’로 통하는 서울 청담동 패션거리에 자리 잡은 토리버치 플래그십 스토어 개장을 기념해 서울을 찾았다. 국내 사업파트너는 제일모직으로, 지난해 국내에 첫선을 보인 이후 현재 10개 매장이 있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브랜드 이미지를 최대한 살려 꾸민 매장으로, 청담동 매장은 400㎡ 규모로 전 세계 토리버치 매장 중 가장 크다.

버치는 패션 전문지 ‘하퍼스 바자’의 패션 에디터 출신으로 베라 왕, 랄프 로렌 등 유명 브랜드의 홍보를 하다 세 아이를 키우기 위해 은퇴한 뒤 3년간 전업주부로 지낸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2004년 자신의 이름으로 뉴욕에서 패션 브랜드를 론칭한 그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옷이 많긴 하지만 너무 비싸 합리적인 가격의 좋은 옷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최고가와 중저가 사이의 틈새시장을 겨냥한 그의 브랜드는 2005년 오프라 윈프리가 자신의 쇼에서 ‘좋아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토리 버치 튜닉을 소개하면서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졌다.

전 세계 젊은 여성들의 주목을 받는 할리우드 패셔니스타이기도 한 그는 “사업이 잘돼 꼭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했다. 그가 사업의 성공보다 더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밝힌 일은 어려운 여성들을 돕는 일. 그는 토리버치 재단을 만들어 능력은 있으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여성들에게 소액대출을 해주고 있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부모를 보면서 자라왔다는 그는 “기부의 즐거움이 몸에 밴 것 같다”고 했다.

“재단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미국의 일부 여성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지만 토리버치가 번창해지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어려운 여성들을 돕고 싶습니다.”



40대 중반답지 않은 날씬한 몸매와 미모를 유지하는 비결을 묻자 버치는 “아침 일찍 일어나 9세와 12세 쌍둥이 등 세 아들을 학교에 보내고 돌보면서 바쁘게 살기 때문인 것 같다”고 답했다. 앞으로 액세서리와 화장품 브랜드도 선보일 계획이라는 그는 사업이 번창해도 가족의 중요성은 잊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25일 미국으로 돌아가는 그는 귀국하면 페루로 가족여행을 떠날 계획이란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