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C·REC 통합해 WCRC로 재탄생… 진보·보수가 한솥밥, 연합·일치 바람 예고

입력 2010-06-23 21:24

세계 개혁교회의 양대 기구인 세계개혁교회연맹(WARC)과 개혁에큐메니컬협의회(REC)가 통합했다. 양 기구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건주 칼빈칼리지에서 열린 통합총회에서 380명의 대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통합을 공식 선언했다. 통합 기구 이름은 WCRC(세계개혁교회연합)로 정했다. WCRC는 세계 교회 일치와 하나님 정의의 확산이라는 두 가지 뚜렷한 목적을 추구해 나갈 방침이다.

235년 전통의 WARC에는 세계 107개국의 214개 교단, 7500만 그리스도인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국내 교단 중엔 예장 통합, 예장 대신, 예장 백석, 기장이 속해 있다. 64년의 역사를 가진 REC는 세계 25개국 39개 교단 1200만 그리스도인을 대표하고 있다.

두 기구가 하나로 합쳐지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있었다. 서로 추구하는 방향과 내용이 달랐기 때문이다. WARC는 창설 당시부터 노예제 반대를 선언했다. 2004년 24차 총회에서는 신자유주의 경제를 거부한다는 내용의 ‘아크라 신앙고백’을 선언했다. 이처럼 WARC가 사회 문제에 대해 비교적 진보적 입장을 견지해온 반면 REC는 신앙 회복이나 교회 정화 등 주로 교회 내부 운동에 주력해 왔다.

2006년 통합에 합의한 두 기구가 5년간 지난한 대화와 토론을 벌인 것도 이 같은 노선 차이 때문이다. 지난 18일 개막돼 28일까지 열리는 이번 통합총회에서 양측 대표자들이 통합 헌법과 조례에 공식 서명하기까지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다. 아프리카에서 인종차별 정책에 찬성했거나 여성을 차별하는 REC 소속 교단에 대해 WARC 대의원들이 문제를 삼았기 때문. 통합 선언에 앞서 REC 피터 보그도프 총재가 “WCRC는 아직 공사 중”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양 기구 통합의 효과는 250여개 교단 8700만명 회원의 거대 조직체 탄생이라는 단순한 산술적 의미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진보와 보수적인 색채의 양 기구 통합은 세계 교회는 물론 국내 교회의 진보·보수 간 대화와 연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통합 총회에 참석한 올라프 트베이트 WCC 총무가 “WCRC의 탄생을 계기로 우리는 세상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그리스도 안에서의 연합과 일치를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두 기구의 통합이 가져올 시너지 효과를 언급한 것이다.

이번 통합총회에 참석한 손달익 서문교회(전 WARC 동북아협의회장) 목사는 “WARC와 REC 통합으로 한국 교회 내 진보·보수 갈등 해소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성원 영남신대 교수는 “개혁교회는 지역 차원에서는 분열하는 모습을 보여 왔지만 세계적 차원에서는 지속적인 일치의 걸음을 걸어왔다”며 “WCRC의 탄생은 개혁교회 전통의 수많은 한국교회에 대화와 교류의 역할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