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전 평화 지키다 쓰러져간 전우들아, 보고 싶다”
입력 2010-06-23 21:24
“비 오듯 쏟아지는 포화 속을 울부짖으며 달리던 60년 전 한국전쟁을 잊을 수 없어 다시 찾았습니다,”
23일 서울 용산동 전쟁기념관을 방문한 미국인 엘리스 알렌(90)옹은 깊은 감회에 젖었다. 알렌 옹은 한국전쟁 중이던 1950년 10월 북진하던 중 중공군에 붙잡혀 33개월간 포로생활을 했다. 당시 155㎜포로 무장하고 503야전부대원으로 전투에 참가했다고 밝힌 그는 “우리 부대원 640명 중 120명만 살아남았다”며 “그때 뿌려진 동료들의 피가 이 나라를 지켰다”고 말했다. 알렌 옹은 이날 휠체어를 탄 채 희생된 전우들의 명단을 찾으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개성 평양 만주까지 끌려 다닌 처참한 포로 생활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중공군의 인해전술로 퇴각해 한반도 평화통일의 시계가 멈춰 정말 안타깝습니다.”
60년 전 포화 속 6·25전쟁에 참가했던 벽안의 청년들이 이제는 백발이 성성한 모습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이날 전쟁기념관을 찾은 88명의 참전용사와 가족들은 지난 22일 경기도 용인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 초청으로 입국했다.
행사는 소 목사가 2006년 7월 미국 백악관 신우회 예배 설교자로 초청받은 게 계기가 됐다. 그는 방미 중 일부 한국인의 반미 정서에 섭섭해 하는 미국인들을 접하고 한국인들의 진짜 정서를 알리면서 한국교회의 역사의식과 민족을 향한 비전을 새롭게 제시하기 위해 그 이듬해부터 매년 초청 행사를 열고 있다. 준비위원장 김종대 새에덴교회 장로는 “‘한국을 도우라’는 조국의 부름에 응한 유엔군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우리 모두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관을 고취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전용사들은 이날 전쟁기념관 외에도 현충원, 서울타워, 수원 삼성전자를 방문했고, 국무총리 만찬에 참석했다. 24일엔 대구 2군사령부를 방문하고 새에덴교회에서 열리는 ‘제60주년 한국전쟁 상기 및 평화기도회’에 참석한다. 25일에는 6·25 기념식에 참석한 뒤 판문점과 경복궁을 견학하고 26일 서울 양화진 순교자기념관과 한국의집 등을 방문한다.
아들, 손녀와 함께 방한한 참전용사 아트 클락(80)옹은 “나 역시 60여년 동안 이 땅을 그리며 살아왔다”면서 “기독교 신앙을 갖고 크게 성장한 대한민국을 다시 한번 내 마음에 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