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미군사령관 舌禍 일파만파, 백악관 “전격 소환”… 경질할 듯

입력 2010-06-23 19:17


스탠리 매크리스털 미 아프가니스탄 주둔군 사령관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을 비난하는 내용의 ‘하극상’ 언론 인터뷰 때문에 경질될 위기에 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진노했고, 백악관은 전쟁터에 있는 사령관임에도 그를 전격 소환했다. 경질될 경우 미국의 아프간 전략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무슨 말 했기에=격주간지 ‘롤링스톤’은 매크리스털 사령관을 밀착 취재한 뒤 인터뷰와 측근들의 말을 인용한 ‘통제불능의 장군(The Runaway General)’이라는 기사를 통해 그와 오바마 대통령 등과의 불편한 관계를 보도했다.

잡지에 따르면 취임 1주일 뒤 행해진 펜타곤 상견례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방안을 꽉 채운 장성들(10여명) 때문에 불편함과 위협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고 매크리스털은 술회했다. 4개월 뒤 매크리스털이 아프간 사령관으로 기용돼 백악관에서 첫 독대를 했을 때는 10분 동안 사진 찍은 게 전부였고,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실망했다는 측근들의 전언도 있었다. 지난해 가을 영국 런던 강의에서 매크리스털은 조 바이든 부통령의 아프간 대테러리즘 전략을 “근시안적인 것으로, 아프간을 혼란의 땅으로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석에선 측근들과 함께 4성 장군 출신의 제임스 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1985년에 갇혀 있는 광대’로, 리처드 홀브루크 아프간 특사를 ‘언제 잘릴지 몰라 초조해하는 상처 입은 동물’로 험담하기도 했다.

◇오바마 진노=오바마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보도 내용을 보고받고 “그의 판단력이 부족했다”고 공식 언급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격노한 분위기를 전하고, 경질 등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도 성명을 통해 “심각한 실수를 했다. 인터뷰에서 거론된 인물들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칼 레빈(민주) 상원 군사위원장은 “그의 발언이 정책 불일치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경질 외에 대안이 없다”고 단언했다. 상원 군사위원회 중진인 공화당 존 매케인, 린제이 그레함, 무소속 조지프 리버먼 의원은 “부적절했다”는 공동 논평을 냈다.

백악관은 매크리스털 사령관을 전격 소환, 23일 열리는 아프간·파키스탄 전황 회의에서 직접 해명을 들을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경질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직접 얘기해 보고 싶다”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미 언론들은 백악관이나 정치권 기류를 감안할 때 경질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쟁을 수행 중인 사령관이 교체된 사례는 미 역사상 드물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그를 ‘최고의 사령관’이라고 지칭하면서 경질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매크리스털도 파문이 확산되자 “오바마 대통령과 그의 안보분야 참모진에 무한한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서둘러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게이츠 국방장관에게는 구두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