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중국, 글로벌 이정표 세운다] 소형가전 90% 중국産… 수입시장 규모도 ‘넘버2’

입력 2010-06-23 19:13


(中)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 시장으로

중국 상품이 세계시장을 점령했다. 차이나달러(중국이 보유한 달러)는 세계를 사들이고 있다. 국제 금융기구나 경제협력체에서도 중국의 입김은 막강해졌다. 중국은 세계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환율정책과 성장방식 전환 및 산업 구조조정 등 대내외적인 도전과 과제에 직면했다.

◇세계시장 주역=전 지구촌을 달구고 있는 남아공 월드컵의 숨은 승자는 중국이다. 대표적인 응원도구인 ‘부부젤라’ 90%가 중국산이다. 이번 월드컵 공인 축구공도 모두 중국에서 제조됐다. 축제 분위기와 함께 각 지역에서 펄럭이는 남아공 국기마저도 대부분 중국산이다.

중국 상품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전통 제조업에서부터 신산업에 이르기까지 상상을 초월한다. 소형 가전은 전 세계시장의 90%가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다. 에어컨과 마이크로오븐, 신발 등은 올 1분기 현재 세계 공급물량의 약 70%를 차지한다. 태양광 부품의 점유율은 40%, 컨테이너 및 항만설비 제조업도 점유율이 무려 78%에 이른다. 세계적 제조업 단지인 광둥(廣東)성의 둥관(東莞) 1개 지역만 해도 세계시장 점유율 10% 이상인 품목이 10여개에 달한다.

세계 최대 외환보유액을 기반으로 한 해외 투자도 급증세다. 중국은 올 들어서만 5월까지 전 세계 109개국 1540개 국외기업에 143억 달러를 직접 투자했다. 미국은 물론 유럽, 아프리카, 남미 등 각국은 ‘큰손’ 중국의 투자사절단을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 최근엔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와 수십억 유로의 투자협정을 체결해 숨통을 터주기도 했다.

중국 자체가 세계 각국의 주요 수출시장이기도 하다. 지난해 세계 제2대 수입시장으로 부상한 것과 지난 5월 ‘2010 베이징 모터쇼’가 세계 최대 규모로 치러진 것은 이를 방증한다.

◇첩첩산중 도전과 과제=리커창(李克强) 중국 상무부총리는 22일 베이징에서 개막한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에서 “중국의 성장 패턴이 광범위하고 심도 있게 변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경제 개발이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새로운 상황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다양한 어려움을 극복해 경제 회생의 좋은 모멘텀을 잡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3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경제발전모델 전환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내부적으로 최대 과제는 경제발전모델을 수출에서 내수로, 제조업에서 서비스산업 중심으로 전환하고 철저한 구조조정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대외적 도전과 과제도 산적해 있다. 당장 위안화 절상 문제 등 환율정책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타이어와 철강, 타일 등을 놓고 미국, 유럽 등과 겪고 있는 무역갈등도 심각한 수준이다. 중국이 자국 기업 보호 차원에서 지나치게 ‘중국식’만 고집하기 때문이다.

세계경제 리더로서 중국의 글로벌 스탠스는 변화가 불가피한 시점이다. 중국도 이를 감지하고 변화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중국이 최근 관리변동환율제 복귀 등 환율정책 개혁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인 예다. 중국 재정부가 다음달 15일부터 철강재와 의약, 화공제품 등 406개 품목의 수출환급세를 폐지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흐름이다. 중국의 이 같은 정책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국제사회 룰에 맞게 제대로 실행될지가 관건이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