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세종시 이전부처 논란
입력 2010-06-23 19:03
‘특별법 16조’ 옮겨 갈 부처 명시 안해 또다른 뇌관
세종시 수정안이 폐기수순에 돌입했지만 논란이 말끔하게 정리된 것은 아니다. 정치적 갈등을 폭발시킬 새로운 뇌관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시로의 이전 대상 정부 부처 규모가 바로 그것이다. 이미 불붙은 ‘플러스 알파(+α)’ 논란에다 이전 부처까지 더해질 경우, 세종시 문제는 더욱 혼미한 상황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여기엔 복잡한 사연이 깔려 있다.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서 폐기되면 정부로선 원안 추진 말고 다른 선택이 없다. 원안으로 불리는 법안은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다.
정부 부처 등의 이전계획을 규정한 조항은 이 법의 16조다. 그런데 이 조항은 세종시로 옮겨야 할 부처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고, 이전 대상에서 제외하는 6개 부처만 규정하고 있다. 쉽게 말해 세종시로 안 가는 부처만 적시한 것이다. 16조 2항에 따르면 외교통상부와 통일부, 법무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가 이전 대상에서 제외됐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2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재정경제부 등 12부와 기획예산처 등 4처, 소방방재청 등 2청, 즉 ‘12부4처2청’의 세종시 이전에 합의했다. 하지만 법률에 이런 내용을 포함시키지 않고, 정부 고시로 대신한 게 새로운 불씨의 단초가 됐다.
아울러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지난 대선 직후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이전 정부 때의 18부4처의 정부조직을 15부2처로 축소한 정부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현 정부 들어 폐지된 해양수산부와 정보통신부가 여전히 세종시 이전 고시에는 포함돼 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세종시로 옮기게 돼 있는 재정경제부는 기획재정부로, 교육인적자원부는 교육과학기술부 등으로 바뀌었다.
민주당 등이 세종시 이전과 관련한 변경고시를 하라고 정부를 압박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정부의 2005년 고시를 그대로 따를 경우, 정부조직개편 이후 세종시로 갈 수 있는 부처는 12부4처2청에서 9부2처2청으로 줄었다.
더구나 여권은 9부2처2청이 모두 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아직 부처 이전의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9부2처2청이 다 갈 수도 있고 다 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 내부에선 “행정도시 기능을 하기 위해선 대략 5∼6개 부처 정도는 내려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추정이 나돈다.
이를 위한 법률적 논리도 마련돼 있는 상태다. 이석연 법제처장은 지난해 10월 “세종시로 이전하는 정부 부처의 규모 조정은 장관 고시 변경을 통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발 더 나아가 “몇몇 부처를 이전 대상에서 제외하는 변경 고시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이전 부처 숫자를 줄일 경우,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권이 가만 있을리 없다. 수정안이 폐기돼도 논란은 오히려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는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