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8강] 거리서도 사무실서도 온종일 승리의 “대∼한민국”
입력 2010-06-23 21:44
8년 만의 월드컵 16강 진출을 환호하는 붉은 물결이 다시 넘실댔다. 열정도, 탄식도, 환호도 2002년 한·일월드컵 모습 그대로였다.
전국에서 뜨거운 응원을 펼친 시민들은 23일 그날의 함성을 다시 외치며 감격의 여명을 맞았다. 16강 진출로 아침을 연 시민들은 일상생활로 돌아갔지만 들뜬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한 채 ‘4강 신화 재현’이란 더 큰 꿈을 꾸기에 여념이 없었다.
전국 58개 거리 응원장에는 잠을 잊은 시민 50만명이 몰렸다. 가정집, 찜질방, 호프집, 회사 숙직실에서도 어김없이 “대∼한민국”이 터져 나왔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아침을 깨운 건 떠오르는 해가 아니라 남아공에서 들려온 16강 진출의 승전보였다. 서울에서는 28만8000여명이 거리 응원을 즐겼다.
아침 출근길 서울광장과 삼성동 영동대로 등에서 밤샘 응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과 출근을 재촉하는 사람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곳곳에서 들뜬 분위기를 연출했다. 휴대전화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를 통해 경기 장면을 되돌려 보면서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는 시민도 많았다. 일부 시민들은 경기 시청으로 밤잠을 설친 탓에 지하철과 버스 등에서 꾸벅꾸벅 졸기도 했다.
직장인들은 회사에서도 온통 축구로 이야기꽃을 피우며 하루를 보냈다.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거리 응원을 한 뒤 아침 일찍 출근한 전희중(29)씨는 “붉은 셔츠에 양복바지를 입고 열심히 응원했다”며 “골 넣는 장면은 보고 또 봐도 감동”이라고 말했다.
주부들은 친한 이웃들과 모여 앉아 ‘군대 이야기 다음으로 싫어한다’는 축구를 주제로 즐거운 수다를 떨었다. 주부 송연희(51)씨는 “지난 경기에서 자책골을 넣은 박주영 선수가 멋진 골을 성공시켜 정말 좋았다”며 “김남일 선수도 빨리 기운을 내 다음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격려했다.
부산에서는 10만여명이 응원전에 뛰어들었다. 해운대해수욕장에만 3만5000여명이 모여 밤을 지새우면서 태극전사들을 힘차게 응원했다. 그러나 자발적 청소가 이뤄진 타 지역과 달리 이곳에서는 응원단이 버리고 간 10t가량의 쓰레기가 곳곳에 쌓여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경남의 통합 창원시청 앞 광장에서는 자동차 보닛에 대형 태극기를 부착해 오전부터 때 아닌 카 퍼레이드가 벌어졌다. 강원도 춘천에서는 응원을 마치고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몰려든 시민들로 인해 해장국집이 밀집한 남부시장 일대가 만원사례를 연출했다.
경기도에서는 3만6000여명이 붉은 악마로 변신했다. ‘캡틴’ 박지성의 모교인 수원공고 대강당에서는 학생과 교사들이 학교 응원단 ‘유니콘스’의 율동에 맞춰 응원전을 펼쳤고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박짱’을 연호했다.
광주 월드컵 경기장에 모인 1만2000여명은 광주 출신 미드필더 기성용이 동점골을 어시스트하자 이름을 연호했다. 제주도에서는 제주 서귀포고 출신 대표팀 수문장인 정성룡 선수가 선방할 때마다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전국종합=정동원 엄기영 기자 cd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