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8강] 골 넣어서… 기뻐서… 자랑스러워서… 태극전사 가족들도 웃었다

입력 2010-06-23 21:44

“어머니 시합하러 갑니다. 끝나고 전화 드릴게요. 사랑합니다.”

23일 나이지리아와의 경기 직전 김정우(28) 선수는 어머니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암투병 중인 어머니 정귀임(55)씨는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경기 내내 TV에 비친 아들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정씨는 비로소 함박웃음을 지었다. 정씨는 “기쁜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아들이 너무나 대견스럽고 기특하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들이 남아공에 입성한 뒤에도 꾸준히 전화통화를 한 정씨는 “경기 직전 아들이 가장 컨디션이 좋은 날이라고 했다”며 “16강 경기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씨는 “아들이 연인인 탤런트 이연두양과 빨리 결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골 넣는 수비수’ 이정수 선수의 아버지(56)는 아들이 동점골을 넣자 “두 번이나 큰일을 해냈다”며 펄쩍펄쩍 뛰었다. 경기도 용인 지인의 집에서 경기를 지켜본 이 선수의 아버지는 “첫 골을 내준 뒤 정수의 표정이 어두워 보여 마음을 졸이면서 경기를 봤는데 만회골을 넣는 순간 온갖 시름이 다 날아갔다”고 기뻐했다.

첫 골을 어시스트한 기성용 선수의 전남 광양 금호동 집에서는 어머니 남영숙(49·초등학교 교사)씨와 가족들이 두 손을 꼭 모은 채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 시작 전 교회에 나가 2시간 동안 기도를 드리고 왔다는 남씨는 “나이지리아전을 앞두고 아들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목소리가 힘찼다”며 “잘될 것 같다는 예감이 그대로 적중했다”고 기뻐했다.

김남일 선수 아버지 김재기(59)씨는 안도의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페널티킥을 허용하는 바람에 숨이 콱 막힌 채 경기를 지켜봤다. 16강에못 올라갔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며 식은땀을 훔쳐냈다. 그는 “남일이 때문에 천당과 지옥을 왔다 갔다 했다”며 웃었다. 그는 그러면서 아들에게 ‘기죽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는 주문을 잊지 않았다. 김 선수의 부인 김보민 KBS 아나운서는 방송에 출연해 “항상 축구 선수들은 이런 일을 안고 살아가는 운명이다. 걷어내려고 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어찌됐든 결과가 너무 좋기 때문에 나로서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결과에 따라 변하지 말고, 잘해도 칭찬해주고 못해도 칭찬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태극전사의 가족들도 기쁘기는 마찬가지였다. 김보경 선수의 아버지 김상호(54)씨는 “너무 좋아서 경기가 끝난 뒤 한잠도 못 잤다”며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들이 축구하는 것을 반대했던 김씨는 “16강을 가니 아들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른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조국현 신창호 기자,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