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8강] “56년만에 우리들이 해냈다” 서로 얼싸안고 감격의 눈물
입력 2010-06-23 21:37
23일(한국시간) 남아공 더반 스타디움은 환희와 감동, 그 자체였다. 나이지리아와 2대 2로 비긴 한국 대표팀은 1승1무1패(승점 4)로 같은 시간 아르헨티나에 0대 2로 진 그리스(1승2패·승점 3)를 밀어내고 2010년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월드컵 도전 56년 만에 처음으로 원정 대회에서 16강 무대를 밟은 것이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벤치를 지켰던 코칭스태프와 대기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어나왔다. 출전 선수들은 그 자리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마음껏 포효했다. 누군가는 눈물을 흘렸고, 누군가는 무릎 꿇어 기도했고, 누군가는 그라운드에 쓰러져 달려드는 동료들을 맞이했다.
차두리(프라이부르크)는 감격을 주체하지 못하고 윗옷을 벗은 채 어깨동무한 우리 선수의 무리 속으로 뛰어들었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노장 이영표(알 힐랄)는 눈물을 쏟으며 “오∼주여!”를 연발했다. 주장으로 선발된 뒤 침착한 표정을 잃지 않았던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이 순간만큼은 주저 없이 열광하며 기쁨을 나눴다.
한바탕 기쁨을 만끽한 우리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서로의 손을 맞잡고 태극기와 붉은색 티셔츠로 무장한 한국 관중석을 향해 인사했다. 전후반 90분 내내 부부젤라의 굉음에 파묻혔던 한국 관중석의 함성도 그 어느 때보다 우렁차게 뿜어져 나와 큰일을 해낸 우리 선수들을 격려했다. 선수들은 라커룸으로 돌아온 뒤에도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해냈다” “고맙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이때까지 자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한국 관중은 나이지리아 관중이 대부분 자리를 비워 텅 빈 경기장에서 “대∼한민국!”을 외쳤다.
축제는 숙소에서도 계속됐으나 이제는 우루과이와의 16강전을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조금은 진지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정몽준 국제축구협회(FIFA) 부회장이 찾아와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했고,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은 조국으로부터 날아온 이명박 대통령의 축전을 대독했다. 대통령 축전을 경청한 선수들은 이번 성과의 크기를 한 몸으로 느낀 듯 뜨거운 박수로 서로를 격려했다.
더반=쿠키뉴스 김철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