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8강] 천금같은 역전 프리킥 골 박주영… 자책골 불운 훨훨∼
입력 2010-06-23 18:34
박주영이 짐을 벗었다.
박주영은 23일(한국시간)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1-1로 비기고 있던 나이지리아에 프리킥으로 역전골을 터뜨리며 ‘월드컵 비운’을 털어냈다. 그는 0대 2로 진 2006년 독일월드컵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 스위스전에서 결승골의 빌미가 된 프리킥을 내줬고, 1대 4로 완패한 이번 대회 아르헨티나전에서 자책골로 선제골을 내줬었다. 한국 대표팀 간판 골잡이라는 수식에 걸맞지 않은 실수였다.
대표팀은 이번 경기에서 후반전 중반 동점골을 허용하며 2대 2로 비겼지만 승점 1점을 추가해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 목표를 달성했다. 박주영은 “(아르헨티나전 자책골에 대한) 마음고생은 그 다음날 털어냈다”며 “실수는 경기로 만회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준비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허정무 감독이 개의치 말라고 하는 등 부담을 갖지 않도록 주위에서 많이 도와줬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에서 프리킥으로 골을 넣기는 칼루 우체(나이지리아)에 이어 박주영이 두 번째이다.
후반 4분 페널티지역 왼쪽 모서리 부근에서 프리킥 기회를 얻은 박주영은 염기훈에게 “살짝 움직여 달라”고 했다. 골키퍼를 속이는 움직임이었다. 박주영이 공을 차기 전 염기훈이 움직이자 골키퍼가 왼쪽으로 움직였다. 박주영은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가 오른발로 감아 찬 공은 수비벽을 제치고 골문 오른쪽 구석을 파고들었다.
출렁이는 그물을 보고서야 골인 줄 안 박주영은 동료들과 환호했다. 그간의 실책을 씻어내고 월드컵 무대에서 비로소 이름값을 하는 순간이었다. 박주영은 “훈련 때 연습하던 대로 돼 줬다”며 “비겨도 좋지만 이겨야 16강 진출을 확신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더 기분이 좋았다”고 당시 기분을 전했다.
박주영의 전의는 선제골을 내줬을 때 더욱 불탔다. 나이지리아도 반드시 이겨야 16강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어서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 빤했다. 박주영은 이 때문에 생기는 뒷 공간을 노렸다. 그는 “우리 선수들이 아프리카에 주눅 들지 않고 패스와 킥이 정확해지면서 플레이가 살아났다”며 “후반에 시간이 빨리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무리를 잘 지어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박주영의 골이 터졌을 때 그의 홈페이지격인 ‘싸이월드 미니홈피’에는 축하와 응원이 쇄도했다. 그의 지인들은 ‘골 넣을 줄 알았다’ ‘우루과이전 때도 활짝 웃는 모습 보여달라’는 등의 글을 남겼다.
박주영은 “멈추지 않고 도전하겠다”며 “한 걸음 한 걸음 새 목표에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