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피사의 사탑’ 객실 예약 이미 끝

입력 2010-06-23 21:04


현대판 ‘피사의 사탑’. 쌍용건설이 싱가포르의 대표적 관광개발 지역인 마리나베이 샌즈 복합 리조트 단지에 건설한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의 별칭이다. 첫 삽을 뜬 지 27개월 만인 23일 오후 공식 개장한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은 싱가포르의 새 랜드마크. ‘들 입(入)’ 자 모양으로 활처럼 휜 건물 구조에 배의 형상을 띤 파격적인 옥상공원 디자인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하 3층, 지상 55층 3개동에 총 2561개 객실을 보유한 호텔은 시공 전부터 세간의 화젯거리였다.

총 공사비 9000여억원으로 국내 건설업체가 참여하는 해외건축 단일 부문으로는 최대 규모다.

객실은 이미 3개월, 컨벤션센터는 1년치 예약이 끝난 상태다.

특히 지상에서 최고 52도까지 기울어진 건물이 70m(23층) 높이에서 맞은편 건물과 연결됐다가 다시 55층까지 함께 이어지는 독특한 건물 구조는 최고의 난도가 적용되는 공법으로 평가받았다. 건물 기울기가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5.5도)보다 10배 정도 심하다.

지상 200m 높이에 설치된 배 모양의 ‘스카이 파크’. 건물 3개동의 옥상을 잇는 스카이 파크는 축구장 2배 크기로 수영장 3개, 레스토랑, 산책로, 스파 등이 들어서 있다.

세계 유명 건축가들조차 “중단될 수밖에 없는 프로젝트”라며 성공 여부를 두고 반신반의할 정도였다. 이 때문에 입찰에 참여했던 일본 시미즈사와 프랑스 드라가지사 등 몇몇 건설사들은 수주를 포기했다.

쌍용건설이 시공권을 쥘 수 있었던 비결은 기술 노하우 덕분이었다. 비장의 무기는 ‘포스트텐션(Post-Tension)’ 시공법. 주로 교량 건설 등에 적용되는 이 방식은 콘크리트 등 구조물 속에 철근보다 강도가 5배나 높은 와이어(강선)를 심어 기울어진 건물이 쓰러지지 않도록 잡아 당겨주는 공법이다. 건축 분야에서는 세계 처음으로 시도되는 기술이었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설계자의 꿈은 시공자의 악몽’이라는 얘기가 절실히 와 닿을 정도로 어려운 공사라서 잠을 못 이룬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쌍용건설은 공사기간이 총 48개월인 고난도 프로젝트를 27개월 만에 성공적으로 끝내면서 국내외 업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건설업계는 ‘기술의 승리’로 평가한다. 호텔 설계자인 미국인 모쉐 샤프디는 “이 호텔이 실제로 건설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경이로운 경험이었다”면서 “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쌍용건설에 경의를 표한다”고 극찬했다.

개장식에는 쌍용건설 김 회장과 발주처인 세계적 리조트 전문 개발업체 샌즈그룹의 셀던 아델슨 회장, 싱가포르 홍릉그룹 퀙릉벵 회장 등 각계 인사 2000여명이 참석했다.

한편 싱가포르에서만 31개(총 45억달러 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해 온 쌍용건설은 싱가포르 정부가 추진 중인 고속도로 및 지하철 공사 등 19억 달러 규모의 공사 4건을 진행 중이다.

싱가포르=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