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기아차노조 ‘파업’ 놓고 내홍
입력 2010-06-23 18:16
기아자동차 노조가 내분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조 집행부가 24∼25일 파업 찬반투표를 벌이기로 한 가운데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기아차 노조는 올 임·단협에서 노조 전임자 대우의 현상 유지 등을 요구하려다 사측이 교섭 자체를 거부하자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특히 다음달 전임자 급여 지급을 제한하는 타임오프제 실시를 앞두고 기아차 파업은 정부·재계와 노동계의 대리전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
광명, 화성, 소하리 등 기아차 3개 공장 생산관리자협의회 반장 및 조장들은 23일 내실 있는 임금·단체협상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20일까지 준중형, 중형, 레저용 자동차(RV) 판매 잠정집계에서 현대차보다 한 발 앞섰다고 한다”면서 “올해는 관행적 파업을 물리쳐 실추된 회사 이미지를 회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조합원은 “입사한 1991년 이래 19년 동안 매년 파업을 해왔다”면서 “노조는 조합원의 가려운 곳을 긁어줘야 한다. 협상 테이블에서 사측을 압박해 사상 최대 실적에 대한 성과물을 챙겨야 한다”는 유인물을 돌렸다. 현장조직 기아노동자연대도 최근 소식지에서 “타임오프제를 명분으로 3만4000명을 앞세운 금속노조의 선봉대 역할을 하는 노조는 대리전에 불과한 투쟁방식을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사측은 노노(勞勞) 갈등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현장의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자 노조 지도부는 담화문을 내고 “전임자 문제에 발목 잡혀 조합원들의 요구를 저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 지도부도 신차 돌풍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상황에서 부담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