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16강 올랐으니 병역혜택 좀…”

입력 2010-06-23 18:57

온 국민이 열광했다. 한국 축구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이 확정된 순간 전국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태극전사 23명, 장하고 대견스럽다. 국민들에게 ‘꿈은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 이들은 지금까지의 성적만으로도 ‘국민영웅’ 대접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그래서일까. 이들에게 병역특혜를 줘야 한다는 논의가 축구계를 중심으로 활발하다.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은 어제 “선수들이 원하는 것은 병역문제”라면서 “병역특례가 관철됐으면 하는 게 선수들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국가대표팀 허정무 감독과 주장 박지성 선수도 거들고 나섰다. 전례가 있고, 젊은 선수들의 원활한 해외 진출을 위해서도 병역을 면제해 달라는 부탁이다.

스포츠 분야 병역특례제도는 1973년 도입됐다. 도입 당시 ‘올림픽, 세계선수권, 유니버시아드,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3위 이상’이었던 기준이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력이 향상되면서 1984년 한 차례 상향 조정됐고 1990년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로 더 엄격해졌다.

아무 탈 없이 유지돼오던 이 규정은 국내 양대 인기스포츠 축구와 야구가 세계무대에서 잇달아 ‘대형사고’를 치면서 예외가 생겨났다. 4강 신화를 이룩한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월드컵 16강 이상’, 야구 국가대표팀이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에 오른 2006년 ‘WBC 4강 이상’ 조항이 추가됐다.

그러자 관중들의 철저한 무관심과 연봉이라고 해 봐야 축구, 야구선수와는 비교도 안 되는 비인기 종목 선수와 단체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인기종목 선수들은 16강, 4강에만 들어도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고, 비인기종목 선수들은 100여개 국가들이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해도 군대에 가야 하느냐는 항변이었다. 축구와 야구에만 주어졌던 특혜는 다른 종목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2007년 없어졌다.

때문에 지난해 제2회 WBC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야구 대표선수들은 병역 혜택을 받지 못했다. 이때도 병역 혜택 여론이 일었으나 정부는 형평성을 이유로 불허했다. 병역 문제 해결이 시급한 메이저리거 추신수 선수는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 것만도 영광”이라며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올해와 내년 각각 2만여명의 병역자원이 부족하다는 게 병무청의 판단이다. 축구 국가대표선수에게 병역 혜택이 주어지면 야구계부터 가만있지 않을 듯하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