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에 임원 임면권 줘 금융사 경영진 전횡 막는다
입력 2010-06-23 18:10
앞으로 사외이사들이 은행과 증권·보험사 등 금융회사 모든 임원에 대한 임면권을 갖게 돼 경영진의 독단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경영전략 수립과 리스크 관리 등 경영 전반의 주요 사항에 대한 의결권도 갖는다. 이처럼 사외이사들의 권한이 커지는 대신 경영 부실을 눈감아주거나 잘못된 정책적 판단으로 회사에 손실을 입힌 경우 배임 등의 혐의로 민형사상 책임을 지게 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3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금융회사 지배구조개선 기본방향’ 공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위원회 용역보고서를 발표했다.
금융위는 이날 공청회에서 수렴된 전문가 의견을 모아 오는 8월 관계부처 협의를 거친 뒤 연내에 ‘금융회사의 경영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보고서는 금융회사 경영진에 대한 감시역할을 맡는 사외이사들의 권한과 전문성을 대폭 강화했다.
경영진의 전횡을 막기 위해 집행임원에 대한 임면권, 내부통제 등 중요한 안건을 이사회 심의의결 사안으로 못 박았다. 집행임원이란 상법상 대표이사 등 등기이사를 제외한 ‘상무’와 ‘전무’ ‘부사장’ ‘부회장’ 등의 임원을 말한다.
은행의 경우 부행장급 인사는 그동안 행장이 독자적으로 행사해 충성 경쟁과 내부 파벌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 법률이 제정되면 본부장과 부행장 등 은행 실무를 담당하는 임원의 임면권을 사외이사들이 갖게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프랑스 상장기업의 지배구조 규정에는 이사회가 임원 임면권을 행사하도록 하고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지배구조 원칙에도 이사회가 주요 경영진에 대한 임면 및 보수를 감시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해외 사례를 준용해 법안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또 이사회 내에 위험관리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회를 강화, 파생상품 투자 등 리스크관리 책임도 이사회에 맡기는 방안을 제안했다. 3분의 2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돼 있는 감사위원회를 100% 사외이사로만 구성토록 의무화했다.
보고서는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일정 규모를 초과하는 주요 금융회사에 대해선 현재 3인 이상으로 규정된 사외이사 수를 5명 이상으로 확대하고 이사회를 분기당 최소 2회 이상 열도록 했다.
사외이사의 권한 강화에 비례해 자격과 책임도 강화된다. 금융회사 상근임직원이 퇴직 2년 이내엔 사외이사가 될 수 없도록 한 냉각기간을 3년으로 늘렸다. 사외이사와 경영진의 유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사외이사의 연속 재임기간을 최대 5년으로 규정했다.
권한이 커진 만큼 사외이사들은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 현재 상법에서도 소액주주들이 이사진에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규정이 있으나 금융권의 경우 이사회에 올라오는 안건이 지점 이전 및 신규 설치 등 소소한 사안이어서 사외이사들에게 경영부실 책임을 물을 만한 실효성이 없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경영전략과 예산, 위험관리 등 주요 사안에 대해 이사회의 결정 권한을 법률로 명시한 만큼 사외이사들이 명백한 위법행위가 드러날 경우 소액주주들이 배임 등의 혐의로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