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8강] 오른쪽 ‘구멍’을 막아라… 번번이 뚫려 실점 초래 필드골 적은 것도 문제
입력 2010-06-23 21:36
8강을 바라보는 허정무호가 시급히 보완해야 할 점은 수비다. 이번 대회에서 허정무호는 경기당 평균 2점을 실점했다. 4강 신화를 이룩한 2002년 한·일 대회(평균 0.86점)는 물론 2006년 독일 대회(1.3점)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이번 대회보다 평균 실점이 많았던 대회는 첫 출전에 만족했던 1954년 스위스(8점),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는 98년 프랑스(3점)와 86년 멕시코(2.3점) 대회뿐이다.
허정무호는 그리스전은 무실점으로 막아냈지만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수비진이 붕괴됐다. 그리스전에서 선전을 펼친 차두리(프라이부르크) 대신 경기에 나섰던 오범석(울산)이 막아선 오른쪽이 집중적으로 뚫리며 98년 프랑스 대회 네덜란드전(0대 5 패) 이래로 가장 참혹한 패배를 당했다. 배수진을 치고 나선 나이지리아전에는 다시 차두리를 기용했지만 느슨한 수비 탓에 뒤에서 달려오는 상대 공격수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위기에 빠졌다. 2-1로 앞선 후반 20분 야쿠부 아예그베니(에버턴)가 텅 빈 골문 앞에서 실축한 결정적인 장면도 오른쪽이 뚫리면서 벌어졌다. 우루과이는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루이스 수아레스(아약스)가 멕시코 오른쪽 진영으로 침투해 헤딩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후방에서 수비를 하거나 공격 작업을 하는 도중 중간 차단을 당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나이지리아전 때 2-1로 앞선 상황에서 수비 강화를 위해 투입된 김남일(톰 톰스크)은 페널티 박스 안에서 공을 몰다 빼앗긴 뒤 무리한 백태클을 시도하다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오바페미 마르틴스가 골키퍼 정성룡과 1대 1로 맞섰던 상황도 기성용이 후방에서 공격 작업을 위해 내준 첫 패스가 잘리면서 벌어졌다.
이번 대회에서 태극전사들이 뽑아낸 골 가운데 정상적인 공격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필드골이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넣은 5골이 모두 세트피스(이정수 2골, 박주영 1골) 또는 중간 차단(박지성, 이청용 1골씩) 후 역습으로 만들어졌다. 아르헨티나전에서 염기훈(수원)이 놓친 왼발 슛, 나이지리아전에서 이청용(볼턴)이 날린 땅볼 슛 등 몇 차례 결정적인 기회가 있었지만 골로 이어지지 않았다.
공격 선봉에 나선 염기훈과 박주영(AS모나코) 투톱이 얻어낸 골이 박주영의 프리킥 골 하나밖에 없었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반적으로 움츠리는 운영을 했던 허정무 감독의 전술 선택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지만 8강 진출을 위해선 공수에 걸쳐 좀 더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