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광재 당선자의 어처구니 없는 고집

입력 2010-06-23 17:57

노무현 전 대통령이 숨진 뒤인 지난해 9월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오른팔이었던 이광재 당시 민주당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받던 중 의원직을 사퇴하고 봉하마을에서 자원봉사하며 지내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대선에서 심판받은 친노 세력이 6·2 지방선거에 대비해 새 정당을 만드느라 동분서주할 때여서 정계에서 깨끗이 물러나겠다는 이 의원의 결단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그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현재 강원도지사 당선자 신분인 그가 또 다시 실망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선거에서의 승리를 앞세워 법을 무시하려는 태도를 노골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판결을 받았다.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확정판결 때까지 부지사가 권한을 대행토록 한다는 지방자치법 111조에 따라 내달 1일 임기 시작과 동시에 직무가 정지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럼에도 취임과 함께 직무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직 지방자치단체장이 아니어서 지방자치법 111조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나 군색해 보인다. 기초단체장 당선자가 당선되기 전의 범법 행위로 직무정지를 당한 사례가 이미 있다. 2006년 지방자치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당시 이 당선자는 국회의원으로서 찬성표를 던졌고, 헌법재판소는 지방자치법 해당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적도 있다. 이 당선자가 이를 모를 리 없다. 때문에 선거에서 이겼으니 자신만은 예외로 인정해 달라고 억지 부리는 것으로 비친다.

제재 조항이 없어 이 당선자가 업무를 봐도 처벌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행정안전부는 업무의 법적인 효력이 없다고 밝혀 갈등이 증폭될 소지가 큰 상황이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도지사 직무 수행이 법보다 우선할 수 없다. 자신의 처지에 따라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서도 안 된다. 이 당선자는 법 테두리 내에서, 중앙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