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비요금 인상 운전자가 덤터기 쓰나

입력 2010-06-23 21:21

국토해양부가 최근 자동차보험 적정 정비요금을 18% 인상함에 따라 보험업계에서 자동차보험료 인상 문제가 거론되는 모양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정비요금 인상에 따라 3.4%의 자보료 인상요인이 발생한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국토부가 정비요금을 무려 18%나 인상해준 것부터 문제다. 정비업체 수는 2000년 이후 50∼60% 늘어나 그간 차량증가에도 불구하고 정비업체당 차량대수가 10%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과당경쟁구조인 자동차 정비시장을 바로잡지 않고 정비요금을 올려주는 것은 보험회사한테 정비업체를 먹여 살리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국토부의 전형적인 관할 업계 편들기다.

그렇다고 보험업계가 이를 빌미로 자동차 보험료를 올리는 것은 옳지 않다. 정비요금 인상에 따른 손실을 최종소비자인 운전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그런 움직임에 일단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잘한 일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손해보험사들이 보험료 인상에 앞서 자구노력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면서 “사업비 등을 절감하면 보험료 인상요인을 일정부분 흡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경험상 그런 말도 충격 완화를 위한 립서비스에 그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결국 인상률만 조정해서 용인할 가능성이 크다.

보험소비자연맹에 따르면 국내 9개 손보사의 지난해 4∼12월 순사업비율은 31.87%로 적정수준인 27%를 4.87% 포인트나 초과했다. 보험료를 1만원 받으면 3200원은 보험모집 수수료나 커미션, 운영비 등으로 쓴다는 말이다. 사업비율이 이처럼 높은 것은 업체들의 과당경쟁 탓이다. 즉 운전자들은 과당경쟁을 위해 보험사들이 채용한 모집인들까지 먹여 살려야 하는 셈이다. 게다가 소위 ‘나이롱 환자’ 문제는 해결의 기미조차 없이 자동차보험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자동차보험은 일반 공산품 등과 달리 가입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상 강제적 상품이다. 보험료를 올려도 수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품일수록 가격 산정이 세밀하고 적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