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8강] 불운의 원정길 마침표… 진정한 축구 강국 ‘우뚝’

입력 2010-06-23 21:39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한국 축구가 사상 최초로 원정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하며 남아공발 ‘코리아 쓰나미’를 일으키고 있다. 유로 2004 우승팀 그리스,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세계 최강 아르헨티나, 아프리카의 강호 나이지리아와 겨뤄 이뤄낸 쾌거다. 아울러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8년 만에 다시 16강 반열에 오르면서 세계 축구의 한 축으로 당당히 인정받게 됐다.

그동안 한국 축구사(史)는 도전과 좌절의 역사였다. 월드컵 7회 연속 진출이라는 빛나는 성과를 거두고는 있었지만 실상은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했다. 월드컵 지역 예선은 중동과 동아시아 국가들의 ‘집안 잔치’에 가까웠다. 한국은 1954년 2패, 86년 1무2패, 90년 3패, 94년 2무1패, 98년 1무2패로 처참히 무너지며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2002년 세계적인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을 통해 월드컵 4강에 오르긴 했지만 세계 축구계는 홈 어드밴티지를 등에 업은 ‘반짝 성과’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했다. 실제 한국 축구는 히딩크 감독이 떠난 이후 올림픽과 세계청소년 축구대회 등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다시 고꾸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4강 세대’는 꾸준히 자라고 있었다. 히딩크의 수제자였던 박지성은 네덜란드 PSV에인트호벤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뒤 세계 최고 클럽 중 하나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진출해 눈부신 활약을 보였다. 아시아인 최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00경기 출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출전 등 각종 기록을 경신해 나갔다. 이영표, 설기현, 김남일 등 올드 보이들은 잉글랜드, 중동, 러시아 등을 오가며 세계 축구의 흐름을 습득했다.

여기에 ‘2002 키드’인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 등 신세대들이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선진 축구를 배운 젊은 선수들은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인 월드컵에서도 주눅 들지 않았다. 날카로운 전진 패스, 그라운드 전체를 압박하는 강인한 체력, 유려한 드리블 등을 무기로 이들은 진보했고, 마침내 머나먼 아프리카 땅에서 토종 지도자의 전술 아래 세계 16강이라는 빛나는 성과를 이뤄냈다. 외국인 감독의 원조를 넘어, 마침내 한국 축구의 능력을 스스로 세계 레벨로 끌어올린 것이다.

한국은 더 이상 세계 축구의 변방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번 월드컵을 통해 입증했다. 이제 한국은 힘과 스피드의 유럽, 화려한 개인기의 남미, 순발력의 아프리카를 상대로 특유의 강인한 압박과 조직력, 스피드를 트레이드마크로 세계 축구계의 한 축으로 당당히 자리 잡게 됐다. 좁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전진하는 코리아 쓰나미가 어디까지 몰아칠지 주목된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