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채널서 웬 축구?”…월드컵 ‘올인’에 SBS 케이블 채널 파행

입력 2010-06-23 18:50


‘2010 남아공월드컵’을 단독중계하는 SBS가 지상파는 물론 계열 케이블 채널까지 동원해 월드컵에 ‘올인’ 하고 있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골프 채널에서 축구가 나오는가 하면, 야구 중계가 월드컵에 밀려 끊기기 일쑤여서 시청자와의 약속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한 월드컵 기간 동안 사회 주요 현안 보도에 소홀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SBS는 월드컵 전체 64경기를 모두 중계한다. 타방송사의 도움이 없는 상황에서 SBS는 계열사 전 채널을 동원해서 월드컵 붐을 조성하고 있다. 이에 SBS 스포츠, SBS 골프, SBS CNBC 등 케이블 채널은 월드컵 생중계, 녹화방송, 하이라이트 방송을 내보내며 지상파 채널을 지원 중이다.

하지만 채널 성격과 시청층이 분명한 전문 채널이 월드컵을 중계함에 따라 시청자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SBS 스포츠는 월드컵 기간 동안은 족구, 볼링, 당구 경기가 결방된다고 밝혔다. ‘2010 프로야구’ 시즌이 진행 중인 야구 경기만은 예외인데 이마저도 월드컵에 밀려 중계가 자주 중단되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2010 남아공월드컵 응원대축제’ 때문에 ‘2010 프로야구 기아 대 한화’의 중계가 끊겼다. 지난 12일에도 마찬가지였다. 시청자들은 “같은 시간에 지상파에서 똑같이 내보내는 응원전 때문에 프로야구 경기를 중계하다가 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노영환 SBS 홍보팀장은 “지금은 월드컵이 관심사니까 어쩔 수 없다. 프로야구는 월드컵이 끝나면 중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골프 전문채널인 SBS 골프, 경제 전문 채널인 SBS CNBC가 월드컵 하이라이트를 수시로 방영하는 것은 채널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한 케이블 채널 관계자는 “동계올림픽 때도 골프 채널에서 스케이팅이 방송돼 황당했는데, 이번에도 채널의 고유 특성과 상관없는 축구 경기가 나오고 있다. 이는 채널의 정체성을 무시한 편성”이라고 꼬집었다.

지상파 SBS 채널도 사회 현안 보도에 소홀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SBS는 월드컵 기간에 메인 뉴스인 ‘8시 뉴스’의 전체 30여 꼭지 중에 20여 꼭지를 월드컵 소식으로 채우고 있다. 정치 사회 주요 의제들은 후반부에 1∼2꼭지로 보도될 뿐이다.

이윤민 SBS 노조 위원장은 “지난달 월드컵 기간에 메인 뉴스에서 주요 뉴스가 누락될 것을 염려해 사측에 월드컵을 중계하더라도 보도에 충실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FIFA라는 영리단체가 주최하는 스포츠 경기에 국내 주요 현안들이 묻혀 버리는 것을 보면서 저널리즘의 정체성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