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가정에 희망 전하는 황종철 선교사

입력 2010-06-23 19:34


“도대체 캄보디아는 왜 못사는 걸까?” 황종철(42·사진) 선교사는 늘 이것이 고민이었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1년 국제 예수전도단 파송 선교사로 캄보디아를 찾았다. 그는 먼저 프놈펜 시내로 나섰다. 거리에는 오토바이와 자전거를 탄 사람들, 도로를 활보하는 사람들이 뒤섞여 있었다. 으슥한 도시빈민지역에서는 본드와 마약의 환각에 빠진 청소년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농촌빈민지역도 찾아가 보았다. 땡볕에 물동이를 진 여성들이 눈에 띄었다. 황 선교사의 눈시울은 어느새 붉어졌다.

황 선교사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캄보디아에서 제일 못사는 츠으띠일 마을에 들어갔다. 3년간 가정과 빈곤, 집단학살 등 세 가지 문제를 집중 리서치했다. 그의 사역은 리서치 및 사역개발 후 선교사들에게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일이었다.

“가정문제연구소를 만들어 가족 안에, 빈곤 속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조사했습니다. 또한 이런 지역 속에서 어떻게 사역해야 하는가를 여성과 아동 분야에 초점을 맞춰 연구했어요.”

몇 년 전 호주에서 온 팀은 캄보디아 사람들이 왜 교육을 못 시키는가에 대해 조사했다. 결론은 빈곤 때문이었다. 그러나 황 선교사는 600가정을 리서치하며 또 다른 이유를 찾아냈다. “여성들의 교육 탈락률이 남성에 비해 높았어요. 딸이 학교를 갈 경우 가사노동의 고통을 어머니 혼자 감당해야 하므로 학교에 보내지 않았던 거죠.”

황 선교사는 그룹 god의 ‘어머님께’란 노래를 떠올렸다. 한국의 어머니들은 자신이 못 먹어도 고통을 참고 아이를 공부시킨다. 그렇게 함으로써 앞날에 얻을 수 있는 기대치가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캄보디아 어머니들은 앞날에 대한 기대치와 현재의 나의 고통의 차이를 감당하지 못했다. 이런 상태에서는 돈이 있어도 학교를 보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난도 가난이지만 어머니 교육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캄보디아 여성부 통계에도 여성의 70%가 문맹으로 조사됐다.

리서치 후 대체적으로 캄보디아 가정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3가지로 정리됐다.

“1970년대 킬링필드 대학살 이후 600가정의 가계도를 그려보니 모든 가정에 심각한 전쟁의 상처가 있었어요. 전쟁 당시 10대였던 사람들이 지금 50대가 되면서 할아버지 세대가 됐어요.”

이들은 대부분 19세에 초혼을 해 자녀를 교육시키지 못했다. 다시 이 세대가 결혼해 자녀를 낳았다. 국제보건기구(WHO)에 의하면 최근까지 캄보디아 영아사망률이 1000명당 90명에 달한다. 원인은 배앓이, 물 때문이었다.

“어머니들만 교육받았어도 안전한 물을 주어 죽지 않았을 아이들이에요. 어머니의 무지와 물 관련 질병 등 복합적 이유로 아이들이 사망한 것이지요.”

할아버지가 전쟁을 거치며 딸과 아들을 교육시키지 못했고 특별히 교육에서 소외된 여성들은 아이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 결국 전쟁을 통해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

두 번째로 빈곤 문제다. 하루 1달러 이하로 사는 절대빈곤층이 전 인구의 70%를 차지한다. 세 번째는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 사망하는 것이다. 손 씻기 등 보건교육이 시급했다.

제일 먼저 황 선교사를 포함한 22명의 사역팀은 하루 16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교육할 방법을 찾았다. 이들 여성들은 총 노동 시간 중 4시간을 물 긷기에 허비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첫 사업으로 생명의 우물 파기를 했다. 여성들이 물 긷는 시간에 글을 배우도록 문자교실을 열었다. 문자를 배우면서 성경을 읽게 됐다. 여성들은 교육을 받고 복음을 깨닫게 되자 아이들을 가르치려 했다. 생각이 바뀐 것이다. 이들은 고구마, 옥수수, 녹두 등을 재배했다. 재배한 옥수수를 삶아 국도변에서 팔며 명절 때는 하루에 40달러의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마을 주민의 40%가 복음화됐다. 부자마을이 됐다. 이웃 3개 마을도 전도됐다. 츠으띠일을 중심으로 6개 마을에 교회가 개척됐고 셀그룹 리더도 3개 마을에 세워졌다.

“도시·농촌·어촌 빈민지역별로 다른 프로그램으로 사역해요. 마약청소년 재활, 사랑의 집짓기, 생명의 우물파기, 정수기 보급, 중학교마다 축구팀을 만드는 스포츠 미니스트리, 무슬림을 전도하기 위한 프로그램 Lamb 60, 어린이 합창단을 만드는 샬롬 프로젝트 등의 사역을 펴고 있어요.”

다양한 사역이지만 각 선교사역에 원칙은 있다. 교육으로 의식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는 절대 복음을 전하지 않는다. 의식의 전환이 이뤄지기 전 단계에 복음을 주면 의존적이 되기 마련이다. 더 큰 해악을 줄 수도 있다. 황 선교사에게는 꿈이 있다. 현지인들에 의해 20개 교회가 개척되며 토착화된 자립교회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날을 보는 꿈이다. 그날을 기대하며 오늘도 프로그램 개발에 여념이 없다.

프놈펜(캄보디아)=글·사진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