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한국과 중국의 요동치는 승부
입력 2010-06-23 17:28
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의 우승컵을 한국이 다시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오는 11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바둑에서 중국을 누르고 금메달을 획득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사실 중국 바둑은 한국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중국이 무섭게 성장하면서 한국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에서도 콩지에 9단이 이창호 9단을 누르고 우승컵을 가져갔다. 그래서 이번 대회는 한국의 설욕전이다. 그러나 쉽지 않은 형국이다. 지난 7∼9일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본선 32강전에서 이세돌 9단이 구리 9단에 패하고 말았다. 한국으로써는 큰 타격이었다. 그나마 연이어 펼쳐진 16강전에서 한국의 이창호 9단과 최철한 9단이 중국의 신예 기사들을 잇따라 꺾어 다행이었다. 특히 안조영 9단은 예상을 깨고 중국의 구리 9단을 꺾어 8강에 안착했다. 중국은 콩지에 9단, 왕야오 6단, 박문요 5단, 멍타이린 5단, 후야오위 8단 등 5명의 선수가 올라왔다. 오는 11월 8일 펼쳐질 8강전은 한국과 중국의 3대 5 싸움. 한국이 숫적으로 열세지만 왕년의 기세를 몰아 내년 2월에 열릴 예정인 결승에서 중국을 누르고 우승컵을 되찾아 오기를 기대한다.
한국은 조훈현, 이창호 9단의 등장 이 후 세계 최강 자리를 지켜왔다. 일본과 중국의 많은 고수들이 도전했지만 그들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한동안은 세계대회가 열려도 한국의 우승이 당연시되면서 재미없는 승부가 이어졌다. 한국에서도 세계바둑계의 발전을 위해 차라리 일본이나 중국이 한번쯤 우승했으면 하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그러나 한국바둑계도 이제 흔들리고 있다. 10여 년 전 우리가 일본 바둑계를 뒤흔들었던 때와 너무도 닮아 있다. 오히려 그때보다 훨씬 더 강렬한 흔들림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이 유치한 세계대회에서도 중국의 잔치가 자주 벌어졌다. 한국의 중심에 쳐들어와 떵떵거리며 자기들끼리 결승전을 펼친 것이다.
이제는 한국이 긴장할 차례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중국에 밀린 것이 아닌가”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 바둑이 채택되었고 남자 단체, 여자 단체, 혼성복식 등에 3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이제 아시안게임의 결과로 중국과 한국의 순위가 확실히 매겨질 것이다.
그래서 중국은 이 순간을 미리 준비했다. 중국은 일찌감치 인재를 발굴해 국가적 지원을 해왔다. 바둑을 스포츠로 인식한 중국은 선수들의 기숙사 생활과 공동연구 시스템으로 최상의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한국처럼 프로가 되면 스스로 공부할 곳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프로가 되어도 지원을 늦추지 않고 꾸준히 선수 관리를 했다.
이에 뒤질세라 한국에서도 아시안게임을 위해 국가대표에게 교육을 시키고 있다. 중국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금메달을 딸 것으로 본다. 왜냐 한국인의 저력을 믿기 때문이다.
<프로 2단>
◇오늘부터 매주 목요일 자에 ‘김효정의 바둑이야기’를 싣습니다. 한 주간의 바둑계 소식을 심층 분석할 김효정 프로 바둑기사는 1981년생으로 1996년 프로에 입단, 2단으로 승단했습니다. 현재 바둑TV 진행 및 해설과 여류기사회 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