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10대들 왜 이지경까지… 험담한다고 살해 한강에 유기

입력 2010-06-22 22:54

“몸가짐이 헤프다”는 험담을 했다는 이유로 친구를 무참하게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훼손해 한강에 버린 10대 6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22일 살인 폭행치사 사체유기 혐의로 정모(15)군과 최모(15)양 등 4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폭행에 가담한 이모(15)군과 사체유기를 도운 이모(18)군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기각돼 보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정군 등 5명은 지난 9∼12일 서울 홍은동 최양의 집에 김모(15)양을 가둬놓고 얼굴 등을 때려 살해하고 시신을 양화대교 북단 한강에 버린 혐의다.

경찰에 따르면 가출 청소년인 김양은 지난 9일 저녁 최양 집에 놀러갔다가 최양 등 3명으로부터 “왜 우리가 헤프다고 말하고 다니느냐”는 추궁을 받았다. 분을 삭이지 못한 이들은 다음날 새벽 1시쯤 김양을 때리기 시작했다. 이후 정군과 이군(15)이 합류해 김양을 무릎과 주먹으로 무자비하게 가격했다. 4일 동안 최양 집에 갇혀 5명으로부터 무차별 폭행당한 김양은 지난 12일 오후 6시20분쯤 숨졌다.

이들은 인터넷에서 시신 처리 수법을 찾다 물이 가장 깊다는 양화대교 인근에 시신을 버리기로 했다. 시신이 무거워 옮기기가 힘들자 이군(18)은 케이블TV에서 방영된 탐정만화 장면을 따라 하자고 제의했다. 이군의 지시를 받은 정군은 시신 일부를 절단했으나 혈액이 나오지 않자 다른 부위를 훼손해 혈액을 빼냈다.

정군 등 3명은 13일 오전 6시30분쯤 최양 집 근처에서 담요로 둘러싼 시신을 택시 트렁크에 실었다. 이들은 택시기사에게 “학교 축제에 쓸 조각상”이라고 태연하게 둘러댔다. 양화대교 근처에 도착한 이들은 담요 안에 벽돌과 콘크리트 덩어리를 함께 넣어 오전 7시쯤 시신을 한강에 던졌다. 이들은 숨진 김양의 영혼이 자신들을 해코지할지 모른다며 10원짜리 동전을 담요 안에 넣고 이쑤시개에 불을 붙이는 미신적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 17일 오전 8시20분쯤 양화대교 북단에서 50m 정도 떨어진 한강에서 김양의 시신을 발견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지문 감식으로 김양의 신원을 확인했고 탐문수사를 벌여 이들을 검거했다.

가해자들은 모두 가난한 결손가정 등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으며 중·고교를 중퇴했거나 장기간 등교하지 않고 유흥가를 전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배 일을 하는 최양의 부모는 지방 출장 중이었다.

전문가들은 탈선 청소년들의 엽기 행태가 도를 넘었다고 우려하고 사회적 안전장치와 예방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훈구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일찍 인생을 포기하는 청소년들이 의지하거나 사랑받을 데가 없어 탈선 학생끼리 모이면서 범죄 유혹에 쉽게 빠진다”고 진단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이 만화영화나 컴퓨터 게임으로 사람을 죽이는 가상현실을 체험하면서 죄의식에 무뎌진 결과”라며 “가출 청소년들에 대한 근본적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경택 노석조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