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고 뇌관 ‘PF대출 부실’ 비상
입력 2010-06-22 21:48
시한폭탄의 시계 소리가 요란해지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이 빠른 속도로 떠오르고 있다. 잇따라 터져 나오는 대형 금융사고의 중심에 부동산 PF가 빠지지 않고 있다.
부동산 PF는 부동산 개발 사업계획이나 프로젝트 자체만 놓고 수익성을 평가해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이다. 사업자가 사업계획 등을 갖고 금융권에 돈을 빌리고, 개발이 끝난 뒤에 분양·임대 소득 등이 발생하면 대출을 갚는 방식이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업무보고에서 부동산 PF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정부는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대신 고강도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김종창 금감원장은 “2008년 저축은행 PF 대출 사업장 실태조사 때보다 부실 사업장이 늘었다”고 밝혔다. 2008년 899곳 실태조사에서는 164개 사업장이 부실 또는 부실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가 급락하면서 부동산 PF 대출은 금융권에 상당한 부담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금융권 전체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말 현재 6.37%에 이른다. 2008년 6월 말 3.58%였던 연체율은 같은 해 12월 말 4.40%, 지난해 6월 말 5.91% 등 계속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영역별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은행권이 1.67%, 보험 4.55%, 증권 30.28% 등이다.
특히 저축은행이 문제다. 저축은행은 전체 대출에서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저축은행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6월 말 9.6%에서 지난해 12월 말 10.0%, 지난 3월 말 13.7%까지 뛰었다.
금융권 뇌관이 될 징후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경남은행과 우리은행에서 잇따라 불거진 부동산 PF 대출 관련 금융사고가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권이 부실 부동산 PF 대출을 돌려막기하면서 부실화가 더 심해지고 있다. 순식간에 폭발력 있는 사안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정부도 서두르고 있다. 정부는 공적자금인 구조조정기금을 투입해 저축은행의 부실 PF 대출채권을 사들일 계획이다. 지난해 5월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조성한 구조조정기금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운용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달 말까지 PF 사업장 673곳을 전수조사했다. 부실로 분류되는 PF 대출 규모는 3조원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실제 매각될 채권 규모는 2조원 안팎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정부는 부실채권을 매입해 주는 대신 고강도 구조조정을 요구할 생각이다. 재무건전성이 떨어지는 저축은행의 경우 금감원과 경영개선약정(MOU)을 맺어 철저히 감독받도록 할 계획이다. 경영 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저축은행, 정상화 계획 효과가 미미한 저축은행은 경영진 제재, 영업정지는 물론 인수·합병(M&A)까지 추진할 예정이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정부가 구조조정 기금을 투입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금융회사 자구노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