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MSCI선진지수 편입 또 무산

입력 2010-06-22 21:53


한국 증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지 못했다. 재수에도 실패한 셈이다. 그러나 시장분류 평가 대상 지위는 유지돼 2011년 다시 기회를 노리게 됐다. 편입 불발에도 국내 증시는 악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게 공통된 분석이다.

MSCI지수를 산출하는 MSCI 바라(Barra)는 21일(현지시간) ‘2010년 연례 시장분류 평가’를 발표했다. 변화는 없었다. 신흥시장(EM)에서 선진시장(DM) 격상 대상이었던 한국과 대만, 프론티어시장(FM)에서 신흥시장(EM) 편입 대상이었던 카타르와 UAE 모두 제자리를 지켰다.

경제 성장, 시장 규모 및 유동성 등 대부분 측면에서 한국 증시는 MSCI 선진시장 조건에 부합했다. 그러나 MSCI는 지난해와 같은 이유를 들어 재차 퇴짜를 놨다. 제한된 원화 환전성, 외국인투자자 등록제도(ID 시스템)의 경직성, 증시 실시간 데이터 미제공에 따른 반경쟁적 요소 등이다.

MSCI가 밝힌 탈락 사유는 표면적일 뿐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진짜 이유는 ‘지수 사용권’에 대한 한국과의 이견 때문이라는 것. MSCI는 한국 증시 데이터를 사용해 코스피200 같은 지수를 자유롭게 구성하고 관련 상품을 만들어 해외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SCI 수익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MSCI 요구대로 된다면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수익성 악화와 국내 증시 위축을 야기할 수 있는 민감한 문제다.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는 MSCI가 요구한 지수 사용권 문제를 일단 뒤로 미루고 지난해 9월 한국을 선진국지수로 편입했고, 지수 사용 시 한국거래소 승인을 받기로 이달 초 협상을 끝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MSCI의 지적에 대해 “외환거래 자유화와 외국인 등록제는 MSCI 차원이 아닌 큰 경제제도 개선 차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 지수 산출을 위한 시장정보 사용문제는 해외 사례와 국내외 영향 등을 고려해 개선방안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MSCI가 제기한 불만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진국지수 편입 불발은 예견됐다는 것. 시장에 이미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선진국지수에 편입됐다면 최소 10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새로 유입될 수 있다는 해석도 있지만, ‘기대할 게 없다’는 주장도 있다. MSCI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펀드의 절반 이상이 이미 한국을 편입하고 있고 그것도 지수 내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보다 1% 포인트 이상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레디트스위스(CS)의 삭티 시바 글로벌이머징마켓 전략 대표는 “한국 증시가 신흥시장으로 남아있는 게 더 좋다”고 말했다. 용(선진시장)의 꼬리가 되는 것보다 뱀(신흥시장)의 머리를 차지하는 게 낫다는 말이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