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힘들다며 보험료부터 올리더니… ‘과열경쟁’ 車보험업계 사업비로 펑펑

입력 2010-06-22 21:54


자동차보험사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면서도 보험판매 수당 등 보험사 운영 경비를 계속 늘리고 있을 뿐 아니라 그 규모도 보험료 대비 적정 수준을 크게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형 손보사 중에서는 LIG손보가 사업비를 가장 과다하게 지출하는 등 경영효율성이 가장 낙후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과 시민단체는 보험사들이 자동차 보험료 인상에 앞서 사업비 절감과 손해율 감소 등의 자구노력을 선행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22일 보험소비자연맹이 금융감독원의 금융통계정보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4∼12월(3분기 누계) 국내 9개 손해보험사의 순사업비율은 31.87%로 적정사업비율로 알려진 27%를 4.87% 포인트나 초과했다. 사업비율은 소비자로부터 받은 경과보험료 가운데 사업비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사업비란 계약자가 낸 보험료 중 보험판매인 수수료, 독립대리점 커미션 등 보험계약의 체결, 관리 등 보험사 운영에 필요한 경비로 보험료 구성요소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사업비가 적을수록 보험료는 낮아지고 사업비가 많으면 보험료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실제 사업비가 적정사업비를 크게 초과하는 것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과다한 수수료 지급, 불요불급한 경비 지출 등 경영효율화 실패 등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사업비를 가장 많이 사용한 보험사는 그린손보로 순사업비율이 35.99%나 됐다. 소비자들이 내는 (경과)보험료의 36%가량을 보험사 운영 경비로 썼다는 의미로 적정사업비율(27%)를 9%포인트나 초과한 것이다. 다음으로 LIG손보(34.53%), 한화손보(33.29%), 메리츠화재(31.09%) 등 순이었다. 동부화재는 사업비 지출(28.78%)이 가장 적었다.

사업비를 가장 많이 사용한 회사와 가장 적게 사용한 회사와의 사업비율 차이는 7.21% 포인트나 됐다. 삼성 현대 동부 LIG 등 4대 손보업체 중에서는 LIG손보의 사업비 지출 비중이 34.53%로 가장 높았다. 대형업체 중 LIG손보와 사업비 지출이 가장 적은 동부화재와의 사업비율 차이는 5.75% 포인트나 됐다.

보험소비자연맹 이기욱 팀장은 “특히 LIG손보 등 대형사들의 사업비율이 높은 것은 이들 업체가 내부 경영효율성보다 과당경쟁에 매달린 결과”라며 “업계는 보험료 인상 요구에 앞서 사업비 구조조정에 나서야 하며, 금융감독 당국은 사업비 초과 업체에 대해 징벌 조항을 신설하는 등으로 과당경쟁이 보험료 인상으로 전가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사들의 자구 노력이 당초 기대한 수준에 크게 미흡하다”며 “회사별로 사업비율이 이처럼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일부 업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