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중국, 글로벌 이정표 세운다] 국제 룰엔 기꺼이 동참… 희생적 행보는 소극적
입력 2010-06-22 22:29
(上) 도광양회에서 적극적 균형외교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21일 ‘중국과 세계가 함께 책임진다’는 제목으로 평론성 기사를 게재했다. 26∼27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의 핵심 국가로서 중국이 영향력과 책임을 발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5월 24일 중·미 전략경제대화 축사에서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양국 국민의 근본적 이익뿐 아니라 세계 평화와 발전을 추진하는 현실적인 수요”라고 단언했다.
◇G2로서의 역할=중국은 미국과 함께 G2로서 국제사회에 있어 이미 가장 중요한 위치에 올라섰다. 실질적인 G2로 자리잡은 중국은 올 들어 각종 국제 문제에 있어 주도적 역할을 해 왔다. 후 주석은 미국의 대만 무기판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티베트 지도자 달라이라마 면담 등으로 미국과 관계가 냉랭했었다. 하지만 후 주석은 지난 4월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에 기꺼이 참석했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당시 “중국은 핵 안전을 중시하고 핵 확산은 물론 핵 테러리즘에도 반대하며 이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일엔 중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리바오둥(李保東)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제재 결의안에는 이란 핵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각국이 외교적 협상을 통해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기대가 담겨 있다”면서 “중국은 국제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결의안을 전면적이고 성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두 가지 사건은 중국 외교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상징으로 평가된다. 국제사회의 룰에 함께 동참한 성격이 크기 때문이다. G2로서의 영향력과 함께 주어지는 책임에 더 이상 뒤로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을 중국이 인식했다는 분석이다. 외교에 있어 소위 ‘글로벌 이정표’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균형 외교를 향해=중국 외교의 핵심은 그동안 덩샤오핑(鄧小平)이 강조한 ‘도광양회’(韜光養晦·재능을 숨기고 때를 기다림)였다. 국제사회에서 민감한 문제에 소극적이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최근 ‘유소작위’(有所作爲·적극적으로 참여해 뜻을 이룸)로 바뀌었다. 이런 관점에서 지난해는 대국(大國)외교를 실현했다고까지 자평했다. 올 들어선 대국외교를 지속하되 대국으로서 국제사회에 발맞추면서 균형 외교를 하는 쪽으로의 방향 전환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방향 전환에는 여전히 주춤하고 있다. 지난 5월 국제사회의 불편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불러들여 정상회담을 가진 것이나 최근 안보리에서 논의되고 있는 천안함 사건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건 이를 방증한다.
따라서 중국은 책임 있는 균형 외교를 추구하되 국제사회에서 자신들의 목소리가 반영돼 국제사회 여론 자체가 균형감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이 개발도상국을 대표하는 브릭스(BRICs)와 중앙아시아 협력체인 상하이협력기구(SCO)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것도 서방 선진국의 일방적 논리에 대응키 위한 후원군 확보 차원으로 해석되고 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