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 소멸의 길] 찬반기립 12분 만에 상황끝… 9개월 소모적 논쟁 일단락
입력 2010-06-22 22:37
만 9개월을 끌어온 세종시 수정 논란이 22일 국회 국토해양위에서 관련 법안이 부결되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여당 친이계가 본회의에서 전체 의원 표결을 거쳐야 한다며, 수정안의 ‘생명 연장’에 안간힘을 쓰고 있어,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수정안 부결에 12분 걸려=국토위는 2시간여 동안 대체토론을 벌인 뒤, 세종시 수정안 관련 4개 법안을 의원들의 기립 표결에 부쳐 부결 처리했다. 수정안 관련 핵심 법안인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전부 개정법률안’은 찬성 12표, 반대 18표, 기권 1표로 부결됐다.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들과 무소속 이인제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으나, 야당 의원들과 한나라당 친박 의원들이 반대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3개 법안 역시 반대 29표, 기권 2표로 부결 처리됐다. 이들 3개 법안은 형평성 차원에서 기업·혁신도시 등에 민간의 원형지 개발을 가능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규정한 것들로,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돼 세종시 인센티브가 사라진 만큼 이들 법안도 존재 이유가 없어졌다. 이들 4개 법안은 4시40분부터 투표 절차에 들어가 부결되는 데 단 12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표결 후 송광호 국토해양위원장은 “오늘 의원님들은 역사의 현장에 계셨다”면서 “부결된 법안들은 본회의에 회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4개 법안이 모두 부결되고 산회가 선언되자 야당 의원들은 환한 표정으로 서로 축하 인사를 나눴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바로 자리를 떴다.
표결에 앞서 대체토론에 나선 한나라당 친이계 백성운 의원은 “수정법안이 부결된다면 기업이 원하는 원형지 개발과 세제 혜택은 줄 수 없고 과학비즈니스벨트 지역 선정도 원점에서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막판까지 수정안 가결을 압박했다. 반면 자유선진당 변웅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명품도시 만들 테니 표 찍어달라고 했는데 지금 연기 공주에는 집도 땅도 다 빼앗긴 채 거리에 나앉은 ‘명박표 걸인’들이 넘쳐난다”면서 “‘명박표 명품 도시’ 대신 ‘명박표 걸인’을 양산했다는 것을 꼭 기억하고 원안대로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나라당 친박계 유정복 의원은 “기업 인센티브는 당초 (원안) 계획에 다 돼 있던 것인데 수정안이 안 되면 (인센티브도) 안 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국민을 협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수정 법안이 폐기되면 인센티브를 줄 수 없다”고 못박았다.
◇전운 감돈 국회=표결을 앞두고 여야는 이른 아침부터 긴박하게 움직였다. 한나라당 친이계는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세종시 수정 필요성과 국회법 87조에 따른 본회의 부의의 정당성을 거듭 강조했다. 반면 친박계는 “밀어붙인다거나 억지로 하는 것은 없다”며 다른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긴급 의총에서는 친이계가 상임위에서 부결된 수정안을 본회의에 부의하면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않기로 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충남지역 지방선거 당선자 워크숍에서 “상임위에서 부결되면 손을 들어야 하는데 (세종시법 수정안을) 본회의까지 가져가서 누가 반대하는지 보려는 것은 (반대하면) 공천을 주지 않겠다는 것인가”라고 따졌다.
한장희 김나래 강주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