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SDI, 2차전지 사업 공장 세종시→ 울산 ‘U턴’

입력 2010-06-22 22:42

삼성SDI가 세종시에 조성할 예정이었던 IT(정보통신)용 2차 배터리 산업단지를 울산으로 옮기기로 했다.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통과가 어려워지면서 투자에 따른 각종 인센티브가 사라질 지경에 이르자 당초 계획을 급히 수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울산시는 22일 삼성SDI가 휴대전화와 노트북용 배터리 생산 공장을 울산에 건설키로 했다고 밝혔다. 울산시 고위 관계자는 “삼성이 이미 투자한 전기자동차용 전지 생산 공장에 이어 IT용 2차전지 산업 공장도 울산에 건설키로 최근 결정했다”면서 “이르면 다음주쯤 삼성 관계자들과 함께 구체적인 투자규모 등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지난해 IT용 2차전지 산업단지를 울산에 건설키로 하고 3단계에 걸쳐 1조7000억원을 투자할 의향을 내비쳤으나, 올해 들어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 추진 방침을 밝히자 세종시에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며 계획을 변경했었다. 당시 박맹우 울산시장은 삼성 측의 투자 변경을 되돌리기 위해 서울로 가 총리실과 삼성SDI를 방문하는 등 동분서주하기도 했다.

삼성 관계자는 “IT용 2차전지 공장은 지난해 자동차 2차전지 공장 조성 시에 김순택 사장이 울산에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던 만큼 이미 계획이 된 것”이라며 세종시 수정안 부결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삼성 측은 지난해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인 보쉬사와 합작으로 리튬 2차전지를 생산하는 SB리모티브㈜와 이번에 조성할 IT용 2차전지 공장을 합쳐 울산사업장을 세계 최대 2차전지 생산능력을 갖춘 친환경에너지 사업 제2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시는 다음달쯤 삼성 측의 투자 규모와 시기가 잡히면 세제와 투자부지 조성 등 각종 행정·재정적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시는 삼성SDI의 이번 투자 유치를 계기로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에 이어 2차전지 산업을 지역 4대 주력산업으로 육성키로 했다.

IT용 배터리 시장은 올해 84억 달러 규모지만 5년 뒤에는 148억 달러, 10년 뒤 171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은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 국토해양위에서 부결됨에 따라 삼성전자 태양전지, 헬스케어 등 세종시에 입주시키려던 다른 사업 분야도 50만평의 대체부지를 찾을 계획이다.

롯데는 1000억원을 투자해 세종시에 건립하려던 롯데식품바이오연구소 설립 계획 자체를 백지화할 방침이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세종시가 원안대로 추진된다면 세종시로 갈 이유가 없고, 식품바이오연구소 설립도 당장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중앙연구소가 이미 식품연구를 맡고 있다. 국방미래연구소 건립과 태양광 공장 설립 등을 발표했던 한화와 9000억원을 투자해 3개 계열사 공장과 연구개발센터를 짓기로 했던 웅진도 대체부지를 찾거나 원점에서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이명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