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에너지 사업 부진 위기의 SK, 도전의 SK
입력 2010-06-22 21:50
SK그룹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룹의 양축으로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해온 SK텔레콤과 SK에너지의 형편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그룹 측은 중국 시장 공략을 통해 위기에서 벗어나겠다는 방침이지만 중국이 SK 재도약의 발판이 될지는 미지수다.
부동의 국내 이동통신 1위 SK텔레콤은 올 들어 스마트폰 분야에서 KT에 따라잡혔다. 독보적인 이통 시장 지배력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1년 전까지만 해도 2만8000명에 그쳤던 KT 스마트폰 가입자는 지난 5월 100만명으로 급증, SK텔레콤과 같은 수준이 됐다. KT가 지난해 11월 애플 아이폰을 들여온 뒤 벌어진 일이다. 1분기 KT의 무선인터넷 매출은 아이폰 효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6%나 늘어나 SK텔레콤의 증가율(6.7%)을 압도했다.
지난해 말 ‘T옴니아2 대 아이폰’으로 맞붙었던 SK텔레콤과 KT는 다음달 ‘갤럭시S 대 아이폰4’로 스마트폰 전쟁 2라운드를 벌인다.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갤럭시S가 패할 경우 대타로 내놓을 후속 모델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SK텔레콤으로선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표현명 KT 개인고객부문장(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아이폰4와 갤럭시S의 대결은 한 달 안에 승부가 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유선통신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실적 부진도 SK텔레콤의 고민거리다. 적자 수렁에 빠져 있는 SK브로드밴드는 향후 SK텔레콤과의 합병을 위한 자구책으로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 노조는 지난 21일 성명을 통해 “회사가 내세운 중장기 사업 구조조정은 사실상 인력 구조조정을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반발했다.
국내 에너지 분야 1위 SK에너지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구자영 SK에너지 사장은 지난 18일 기자 간담회에서 “현재 사업모델로는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고 이대로 가다간 지금의 자리도 지키기 힘들다”면서 내년 1월 정유와 화학사업 분사 계획을 밝혔다.
SK에너지는 지난해 정제 마진 악화로 2분기부터 4분기까지 영업이익 적자를 냈다. 올해 초 정제 마진이 좋아지며 한숨 돌리긴 했지만 상황을 낙관하기는 이르다. 중동 등 산유국에서 정제시설을 늘리는 계획을 세우고 있고 세계적인 수요 회복도 더뎌 정유사업 실적은 언제든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SK에너지는 정유와 화학 부문을 자회사로 떼어내는 ‘자기 파괴적 혁신’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에너지 사업에선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크기 때문에 분사로 인한 결과를 쉽게 낙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SK그룹은 다음달 1일 중국 통합법인 ‘SK차이나’를 공식 출범시킨다. 13개 계열사의 90여개 현지 법인을 총괄하는 거대 조직이다. 이 같은 ‘중국 드라이브’는 내수 기업 이미지를 벗고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최태원 SK 회장의 승부수다. 최 회장은 지난해 ‘파부침주(破釜沈舟·밥 짓는 솥을 깨고 타고 갈 배를 가라앉힌다)’라는 말로 결연한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규제가 심한 통신서비스와 막대한 자금이 요구되는 에너지사업 외에 ‘돈이 될 만한’ 굵직한 사업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최 회장도 최근 “(SK차이나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것은) 올해 안에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장기전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