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 부결’ 손익평가서는… 정우택·박성효 손해-안희정·이시종 수혜
입력 2010-06-22 22:32
국회 국토해양위의 세종시 수정안 부결로 지난해 가을부터 정국을 뒤흔들었던 세종시 논란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세종시 정국이 남긴 손익계산서는 어떤 입장을 취했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정치적으로 가장 손해를 본 인물은 정운찬 국무총리라는 데 이견이 없다. 정 총리는 총리 지명 발표 당일인 지난해 9월 3일 “세종시는 경제학자인 내 눈으로 볼 때 효율적인 모습은 아니다. 원점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원안대로 추진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세종시 논란을 점화시켰다. 이 발언을 신호탄으로 정국은 세종시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정 총리는 취임 이후 충청 지역을 12번이나 방문하며 정면승부를 택했다. ‘세종시 총리’라는 비아냥에 대해서도 “세종시 문제가 워낙 중차대한 사안이라 이 말에 만족한다”고 결의를 다졌다. 그러나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차기 대권주자로까지 거론되던 위치에서 총리 교체설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특히 충남 공주 출신인 정 총리에게 충청권 민심이 등을 돌린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한나라당 후보로 6·2 지방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정우택 충북지사와 박성효 대전시장도 손해 본 장사를 했다. 이들은 충청권을 휘몰아친 세종시 역풍을 견디지 못하고 연임에 실패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세종시 정국에서 본전치기를 했다는 평가다. 얻은 것도 있지만 잃은 것도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원칙이라는 소신을 지켰고 ‘박 전 대표가 반대하는 일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정치적 파워를 입증한 게 성과다. 반면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발목만 잡는다는 비판이 나왔고 원칙이 아니라 고집 센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씌워진 것은 부담이다.
충청권 맹주를 자처하던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의 성적표도 ‘C학점’ 수준이라는 게 냉정한 분석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대전을 되찾아 오긴 했지만 충남·충청에선 민주당에 밀렸다. 국회의원 한 석이 아까운 상황에서 박상돈 후보가 의원직을 내던지는 배수의 진을 치고 충남지사 선거에 뛰어들었다가 패한 것은 이 대표의 향후 정치행보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세종시 정국의 최대 수혜자는 민주당 간판으로 출마해 승리한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자와 이시종 충북지사 당선자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도 일단 얻은 게 많다. 세종시 정국 주도권을 움켜쥐며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세종시 문제로 충청권 승리를 이끌어낸 정 대표는 탄탄해진 당내 기반을 바탕으로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